국제유가의 상승과 원화 대비 달러의 강세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2%대로 상승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설정한 2%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작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채소류 가격 역시 전월 대비 크게 올랐다. 전기, 가스, 수도 물가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실손보험료 상승과 여행 수요 증가로 인해 해외 및 국내 단체 여행, 콘도 이용료도 줄줄이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동안 환율과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9.2%), 경유(5.7%) 등 석유류가 1년 전보다 7.3%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기여도는 0.27포인트(p)다. 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 제품의 물가는 2.2% 올라 전체 물가에 0.74포인트의 영향을 미쳤다. 이는 개인 서비스(1.24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전월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환율의 영향을 받는 가공식품류는 2.7% 상승해 지난해 1월(3.2%) 이후 가장 크게 오르며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 끌어 올렸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9% 상승했다. 채소류는 4.4%, 축산물은 3.7%, 수산물은 2.6% 올랐다. 특히 배추가 66.8% 뛰며 2022년 10월(72.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상 악화에 따른 산지 출하 물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무도 79.5% 올라 상승 폭이 컸다.
김은 35.4% 올라 1987년 11월(42%) 이후 37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수요 증가와 과거 작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다. 당근도 76.4% 오르며 2017년 2월(103.7%)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다만 파(-32.0%), 감(-23.2%), 바나나(-13.8%) 등은 하락 폭이 컸다.
정부는 배추·무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입을 확대하고, 봄배추와 무의 계약재배를 확대해 수급 불안을 조기에 차단할 계획이다. 또 기상 여건 변동 등으로 시장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불균형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정부 비축·민간 저장 물량을 꾸준히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개인 서비스는 외식(2.9%)과 외식 제외(3.5%) 가격이 모두 올랐다. 외식 물가는 생선회가 5.0%, 구내식당 식사비가 3.8% 상승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는 실손보험료(보험서비스료 14.7%), 여행 요금, 콘도 요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당분간 국제유가와 고환율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2% 이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1월 물가상승률 2.2%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미국(2.9%), 영국(3.5%), 일본(3.6%), EU(2.7%), OECD(4.7%) 등의 12월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연초에 환율·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전망 기관에서도 연간으로 볼 때 국제 유가가 작년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는 만큼 현재 연간 소비자물가 예상치를 바꿀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는 고환율과 고유가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정적인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분간 국제유가 변동성,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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