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공소장에서 주요 혐의로 본 ‘정치인 체포 지시’를 두고 윤 대통령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고 군 지휘부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된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억에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밖에도 공소장 내용과 다른 증언이 더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을 통해 알려진 범죄 혐의와 군 지휘부가 헌재에서 증언한 내용이 차이가 있다” “앞으로 내란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과 탄핵 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홍장원 “여인형이 체포조 명단 불러줬다”… 여인형 “형사재판서 따질 것”
검찰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기 위해 군, 경찰 등을 동원해 체포조를 운영하려고 했고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막으려고 했다”고 적었다. 다만 공소장에도 윤 대통령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직접 발언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전날 헌재에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 발언에 목적어가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잡아들일 대상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묻는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 소재 파악이 안된다. 도와달라”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홍 전 차장의 통화 상대방인 여 전 사령관은 전날 헌재에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해 홍 전 차장과의 통화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홍장원과 따져야 할 게 많다”고 했다. 또 “당시에 지휘통제실 준비가 안돼서 지하에서 5층을 타고 오르내리락하면서 통화해서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특정 인물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재에 출석해 ‘싹 다 잡아들여’라고 한 것은 간첩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사, 체포 권한이 없는 국정원에 방첩사가 체포 협조를 요청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檢 “尹, 이진우에 ‘2,3번 계엄할 수 있다’ 말해”…이진우 ”기억에 없어”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끌어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12월 4일 자정 넘어 전화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이 전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도 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이 전 사령관에게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한 후에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23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사령관이) 요원을 빼내라고 한 걸 의원으로 잘못 들은 것”이라고 했다. 또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 몇몇을 불러주며 동정을 살피라 했을 뿐 체포를 지시한 적은 없다. 체포하려면 체포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그런 기구도 없었다”고 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도 전날 헌재 탄핵 심판 국회 측 증인으로 나와 ‘계엄 당시 대통령, 국방 장관에게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국회) 출동 시 대통령 등에게 의원들의 본관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도 이 전 사령관은 “없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에게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공소장 내용에 대해 “제3자의 이야기가 제 기억에 없는 것이 많다.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은 제 (발언) 내용이 대부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곽종근 전 사령관은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나와 “12월4일 오전 0시20분부터 0시35분 사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 말씀하실 때 707특임단 작전요원들은 본관 안에는 아무도 안 들어가있는 상태였는데 요원을 빼내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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