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앉아보시면 느끼실 겁니다. 앞으로 10년간 미니멈(최소) 250만 개는 팔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라제건(71) 동아알루미늄(DAC) 회장은 지난 4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헬리녹스 아카이브에서 열린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서 새 캠핑의자 ‘체어원 리(re)’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체어원 리는 헬리녹스가 2012년 출시해 12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체어원’의 리뉴얼(새단장) 버전이다.
헬리녹스는 동아알루미늄이 2009년 출범한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다. 텐트용 폴(뼈대)을 생산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 납품해 오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캠핑 의자 체어원을 선보였다.
라 회장이 처음 캠핑의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08년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였다. 그는 “캠핑의자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풍경을 보는데, 의자를 가져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 보거나 바닥에 앉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라 회장은 가볍고 앉기 편한 캠핑의자 개발에 착수했고, 2012년 초경량 캠핑의자 체어원을 출시했다. 체어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에서 캠핑의자 1위를 차지했다. 루이비통, 슈프림,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캠핑의자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짝퉁이 만들어질 만큼 대히트를 쳤지만, 라 회장은 체어원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패턴을 10번 넘게 수정한 끝에 내놓은 게 이번에 선보인 체어원 리다.
라 회장은 “앞다리와 뒷다리 간격이 넓어져 뒤로 젖혀도 뒤로 넘어갈 거 같은 불안감이 개선됐다”며 “처음 체어원을 만들 땐 무게를 줄이는 데 포커스를 뒀지만, 이번엔 무게를 조금 늘리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체어원의 무게는 850g, 체어원 리는 1.115kg이다.
체어원 리는 의자 원단에 신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텐션 라인(Tension Line)’을 적용하고, 패턴을 개선해 착좌감을 향상했다. 또 프레임의 가로 폴 모양을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변경하고 플라스틱 허브의 구조를 개선했으며, 가로 폴과 다리 부분의 알루미늄 폴 두께를 25%가량 늘려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제작 공정에서 발생하는 알루미늄 조각을 재활용하는 생산 방식을 도입해 지속가능성도 고려했다. 디자인은 체어원 고유의 색상과 디테일을 살렸다.
라 회장은 “헬리녹스의 슬로건은 ‘Sitting is Believing(앉는 것이 믿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선 잘 모르지만, 앉아보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웠던 요소들을 70~80%는 해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 회장은 향후 10년간 체어원 리가 250만개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 판매량의 2배가 넘는다. 이런 자신감의 이유는 체어원이 출시된 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돗자리를 들고 다니던 때와 달리 의자 하나만 가지고 나와도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면서 “과거 초경량 백패킹 텐트가 개발된 후 텐트의 개념이 달라졌는데, 체어원이 가져온 변화는 그보다 더 큰 것으로 인지한다”라고 말했다. 헬리녹스는 오는 6일 체어원 리를 출시하고, 13일에는 체어원 하이백 리(re)를 선보일 예정이다.
헬리녹스는 2013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후 현재 라 회장의 장남인 라영환 의장(41)이 이끌고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아버지인 라 회장이, 브랜딩 및 글로벌 비즈니스는 라 의장이 각각 역할을 분담한다. 지난해 헬리녹스의 매출은 78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헬리녹스는 2023년 싱가포르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2027년을 목표로 해외 상장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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