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복병이 되고 있다. 한국GM은 내수 대신 수출로 눈을 돌렸고 전체 판매량의 약 84%가 미국 수출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가 시행될 경우 한국GM의 대미 수출 차종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49만 9559대로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0.6% 증가한 47만 4735대로 전체 판매의 95.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된 물량은 41만 8782대로 전체 수출의 88.5%, 전체 판매량의 83.8%에 달했다. 내수는 35.9% 급감한 2만 4824대에 그쳐 비중이 5.0%로 줄었다.
내수가 이처럼 부진하게 된 건 빈약한 차종 라인업에 있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중형 다목적차(MPV) ‘올란도’를 단종했다. 각각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에서 생산되던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도 2022년 단종 수순을 밟았다.
한국GM은 이들 차종을 단종하면서도 별다른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각각 2020년과 2023년 출시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2종뿐이다. 말리부 단종 당시 폐쇄된 부평2공장이 전기차 생산시설로 전환될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투자 청사진은 전무하다.
모기업 美 GM인데 한국서 생산…멕시코·캐나다처럼 보편관세 사정권
그사이 수출은 꾸준히 늘어 2020년 28만5499대로 전체 판매의 77.5%에서 2022년 85.9%, 2024년 95.0%까지 치솟았다. 한국GM이 2022년 9년 만에 흑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한 것도 미국향 수출 호조 덕분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GM이 내수 시장을 사실상 손 놓고 수출에만 전념하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지금과 같은 수출 호조가 지속될지 의문이란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며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는 추가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보편 관세 시행 시 최대 타격은 양국에 진출한 GM·포드·스텔란티스 등 자국 완성차 3사가 입게 될 거란 우려에도 장기적으론 리쇼어링(생산기지 자국 이전)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행정명령을 강행했다.
멕시코·캐나다와의 막판 협상으로 지난 4일 시행 예정이었던 관세는 한 달간 유예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보편 관세 부과 대상으로 유럽연합(EU)을 거론한 만큼 사안이 일단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모기업이 미국 자동차업체 1위 제너럴모터스(GM)라 트럼프 대통령 눈에는 한국GM의 대미수출 증가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GM이 생산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들 차종은 대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국산 승용차 수출에서 각각 1·4위 차종을 기록했다. 한국GM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전략 모델을 중심으로 연간 50만 대 생산 역량을 확보해 한국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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