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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군 병력을 투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라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엉터리 투표용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에 국정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선관위 전산시스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정말 많이 부실하고 엉터리였다”라며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당국이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하게 돼있기에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같은 데는 계엄군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방첩사가 투입될 것으로 알았다며, 정보사 소속 장병이 투입된 데 대해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김 전 장관이 구속되기 직전 직접 이유를 물었다고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지시한 시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29일이나 30일쯤인 것 같다”며 “감사원장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 전 장관에게 계엄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계엄이 ‘경고성 계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할 때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이고 국회 해제 결의가 있으면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했지만,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전에는 그런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 출석해 계엄 당시 특정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한 진실공방이 오갔다.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장관이나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막고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하라고 지시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본회의장으로 가서 3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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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4명의 체포 명단을 받은 사실이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형사재판에서 답하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어 방첩사 수사단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음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증거기록을 보면 그런 진술과 반대되는 진술이 많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전화 통화에서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전달하며 위치 정보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명단을 주고 위치 파악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명단에 대한 구술은 있었지만, 조 청장이 기억하는 것과 제가 기억하는 게 다르다”며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지시 관련 공방에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의 취지는 수도방위사령부 군 10여 명 정도가 국회에 겨우 진입을 했고, 총기도 휴대하지 않고 있었다. 특전사 요원들도 본관에서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다 나왔다”며 “상식에 근거해서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지막 증인 신문에 나선 홍 전 1차장은 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이 당시 비화폰으로 2번 전화했고 전화를 받았더니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하셨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께서 방첩사 지원해라.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 무조건 지원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홍 전 차장은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 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직접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전달받았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니까 14명에서 16명 정도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 같은 홍 전 차장의 발언 이후 “계엄 상황과 관련해서 국정원에 지시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지시하지, 차장들에게 하지 않는다”며 “홍 전 차장과 여 전 사령관의 통화도 예산 지원 차원이지 계엄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에게 방금 홍 전 차장과 통화했으니 애로 사항이 있으면 통화하라고 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은 오는 6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이날에는 국회 측 증인인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윤 대통령 측 증인인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증인 출석할 예정이다. 헌재는 김봉식 전 서울청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 증인 신청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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