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며 “호수 위에 달그림자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했지만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결과론을 근거로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자신의 내란 혐의를 에둘러 부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증인신문 뒤 “이번 사건을 보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이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서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날 이 전 사령관은 “기억나지 않는다” “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많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제가 그 4인 1조로 해서 사실 수천명의 민간인들이 (국회) 경내에 있던 거로 보여지고 또 의사당 본관에도 그게 7층짜리 건물인데 그안에도 수백명이 있었을 것이고, 또 그 본관을 질서유지하라는 특전사 요원들도 불 꺼진 쪽에 유리창 깨고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또 다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의원들 끌고 나오라는) 그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인지, 상식에 근거해서 본다면 아마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장현은 기자 /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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