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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의 죽음 뒤엔 약육강식 프리랜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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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진=오요안나씨 인스타그램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진=오요안나씨 인스타그램

고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방송사에 만연한 비정규직·프리랜서 계약 관행이 다시 비판을 받고 있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는 2021년 5월부터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MBC 보도국 소속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이후 3년 5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숨졌다. 오씨의 유족이 공개한 유서와 생전 기록엔 그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가운데 기상캐스터 간 경쟁을 부르는 프리랜서 고용구조도 수면 위로 올랐다. 고인을 비롯한 MBC 보도국 기상팀 기상캐스터 6명 전원이 프리랜서 신분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MBC는 지난 3일 오씨의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MBC는 그의 유서와 생전 기록이 공개된 직후 “고인이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혀 비판을 자초했다.

앞서 유족은 지난해 말 가해자로 지목한 캐스터 중 1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씨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유족은 지난달 28일 MBC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오요안나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괴롭힘 가해자들에게 최소한의 가해 인정과 요안나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고도 밝혔다.

유족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씨가 겪은 일의 배경에 프리랜서라는 불안정 노동 구조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서와 유족 증언에 따르면 오씨의 1년치 급여는 1600만~1800만 원 선이었고 새벽방송을 위해 숙직실에서 3주를 지내기도 했다.

유족은 “기상캐스터는 회사가 건건으로 대급을 지급하며 교통사고가 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배달라이더와 다르지 않다”며 “MBC도 기상캐스터들이 방송을 놓고 원시적으로 서로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약자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말하지만 내부에선 강자가 살아남는 노동 구조를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서울 상암동 MBC.
▲서울 상암동 MBC.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은 4일 “MBC에 전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프리랜서들의 노동 환경 전반을 점검해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3일 MBC를 향해 “용납할 수 없는 가해와 책임회피의 언어들을 나열했다”고 비판한 뒤 “고인의 죽음은 방송산업 내 ‘위장 프리랜서’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필수업무에도 비정규직을 무차별 확산하는 관행은 방송산업을 착취와 혐오, 차별이 난무하는 비정규 백화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노동계에선 불법 프리랜서 계약 관행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동조합은 지난달 28일 “가해자와 MBC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금지시키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MBC가 사내 모든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했다.

방송사 필수인 기상뉴스를 책임지는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로만 고용하는 관행은 방송계 전체의 문제다. MBC 외에도 주요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있다. 4일 기준 KBS(서울지역 한정) 기상캐스터는 총 8명으로 모두 프리랜서다. 이들은 프로그램별로 연간 계약을 하고, 기상과 재난 관련 취재와 그래픽 등 보도제작 노동자들이 속한 ‘재난미디어센터’ 관리 아래 일한다. SBS 기상캐스터 4명도 모두 프리랜서다. 이들은 SBS 보도본부의 보도국 산하 취재부서인 정책문화부에 속해있다. 정책문화부엔 정규직 기자들도 함께 속해있다. 지상파 3사 통틀어 기상캐스터 총 18명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은 4일 “오늘은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5주기”라며 “죽음으로서만 비정규직의 비참한 현실이 드러나는 상황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MBC 본사 방송작가와 광주MBC 아나운서, 춘천MBC PD 등 ‘무늬만 프리랜서’ 사례를 들어 “유독 MBC에서 ‘무늬만 프리랜서’ 고용 사례가 끊임없이 ‘불법’으로 판명 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 비정규직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 방송산업의 고질적 문제”라며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고인이 처했던 불합리한 고용 구조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MBC가 이 사태를 계기로 비정규직 고용 구조를 들여다보라고 요구하는 입장문이 나오고 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MBC는 (이번 사건과) 무관할 수 없다”며 “한치의 숨김없이 오요안나씨에게 있었던 일을 밝히길 요청한다”고 했다. 진보당은 “고용 구조와 내부 문화도 절대 피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MBC는 정당한 의혹 제기에 대해 ‘MBC 흔들기’로 규정하며 진영논리에 숨으려는 파렴치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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