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콘텐츠 업계에 불고 있는 오컬트 열풍은 2015년 ‘검은 사제들’이 불 지피고 지난해 ‘파묘’가 활활 타오르게 했지만 이에 앞서 한국 오컬트의 시초로 평가받은 작품이 있다. 1990년대 PC통신 시절의 인터넷 소설로 유명한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이다. 이 인터넷 소설은 이후 종이책으로 출간돼 누적 판매 부 1000만부를 달성했다. 이 소설이 애니메이션 영화로 오는 21일 관객과 만난다.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은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교주를 막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상의 비밀 종교 해동밀교의 교주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힘을 얻기 위해 산 자들을 제물로 바치기 시작하고, 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승려들 중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는, 다섯 명의 호법들은 타락한 교주에게 맞서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장 호법은 자신들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동밀교의 후계자인 장준후를 맡아 달라며 박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박 신부가 장 호법과 함께 준후를 만나러 가는 사이, 몸 안의 기를 통제하지 못해 부상을 입은 이현암은 치료를 받기 위해 해동밀교를 찾아 나선다.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은 원작 소설의 국내편 1권 ‘하늘이 불타던 날’을 영상화한 것이다. 박 신부, 이현암, 장준후, 현승희 주인공 4인방의 첫 만남이 그려지는데 주인공들이 퇴마사의 길을 걷게 되는 시작점을 그린 한 마디로 ‘퇴마록’ 입문용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4인방 중에서도 박 신부, 현암, 준후의 활약을 중점적으로 담는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작의 유산을 계승하려 한 점이 돋보인다. 과거에는 의사였으나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지 못한 일을 계기로 가톨릭에 입문해 교리에 반하는 구마 활동을 펼치다가 파문당한 박 신부, 죽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서 무공을 익혔다가 큰 부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현암, 어린 나이에 각종 주술을 통달하고 해동밀교의 후계자로 촉망받는 준후 등 원작 속의 캐릭터 특성을 충실하게 구현해내 반가움을 준다.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를 비롯해 신화, 전설 등의 결합으로 완성해낸 개성적인 작품 속 배경과, 각자의 능력과 기술을 총동원해 악을 물리치는 퇴마사들의 액션 장면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시각적 효과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원작에 가깝게 구현될 수 있었던 데에는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의 역할이 컸다. 이 작가는 이번 작품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의 배경과 의도, 캐릭터 특성을 살려 작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언했다. 원작의 팬이라면 반길 만한 작품이다. 이 작가도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서 만족감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비록 이번 작품의 중심 사건에 등장하지 않지만 퇴마사 4인방 중 한 명으로 도입부에 등장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초인적 능력을 발휘한 승희의 존재는 앞으로 나올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퇴마록’은 앞서 지난해 6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그 해 10월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원작 팬과 국내 관객에게도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연출 : 김동철 / 원작 : 퇴마록(이우혁) / 출연(목소리) : 최한, 남도형, 정유정, 김연우, 홍승효, 황창영 외 / 장르 : 애니메이션 / 제작 : 로커스 / 배급 : 쇼박스 / 공개일: 2월21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85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
로 나눠 공개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