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 자리에 모여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의 투자를 요청하며 모바일, AI 반도체 기술 협력과 생산 등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오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올트먼 CEO, 손 회장과 약 2시간 동안 회동을 갖고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이날 손 회장은 서초사옥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했다. 이번 회동의 핵심 주제에 대해서는 “주로 AI와 모바일 전략을 논의하고 업데이트 사항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계속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은 훌륭한 엔지니어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729조원 규모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세계 최강 AI 플랫폼 청사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에 5000억달러(약 729조원)를 투자해 AI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 차세대 AI 발전을 위한 물리적·가상적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도 포함된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에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오픈AI에 직접 150억~2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는 등 4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트먼 CEO가 최근 일본, 한국, 유럽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도 투자 유치와 기술 협력 등을 통해 가장 강력한 AI 연합을 ‘스타게이트’로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구글을 필두로 한 미국의 막강한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일본·인도의 자금력,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 등을 결합한다는 청사진이다.
올트먼 CEO는 향후에도 다수의 투자자를 만나며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올트먼 CEO는 앞서 미국에서 정책 결정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딥시크 사례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고 강조했다.
◇ “삼성, 이미 지난해 오픈AI 프로젝트 동참 의사 밝혀”
삼성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오픈AI가 구상하는 청사진에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연합이 조만간 출범할 것이고 삼성전자가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을 주축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팹리스, 제조업체,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뭉쳐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이미 올트먼 CEO와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손 회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업데이트’를 강조한 것도 이미 삼성전자와 오픈AI, 소프트뱅크가 물밑에서 협력을 논의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대만 TSMC와 함께 최선단 반도체 제조공정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기업 중 3나노 공정을 안정화해 양산 가능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완성된 칩의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첨단패키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올트먼 오픈AI CEO는 2023년 6월과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의 방문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AI 반도체 동맹’ 구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해 1월 방문 때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삼성과 SK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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