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상우 선배님이 원하는 것을 사주겠다고…”
KIA 타이거즈 내야수 윤도현(22)이 작년 1년간 달았던 등번호 11번을 이적생 조상우(31)에게 내줬다. 그러나 윤도현에겐 일명 ‘오히려 좋아’다. 윤도현은 11번을 내려놓고 9번으로 새출발하면서 ‘럭키 나인’을 꿈꾼다.
프로 선수들에게 등번호 혹은 배번 결정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애착하는 번호가 있는 선수가 은근히 많다. 반대로 의외로 번호에 신경 쓰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등번호 혹은 배번 관련 스토리들도 들어보면 흥미롭다.
매년 트레이드, FA, 신인 지명 등으로 선수이동이 있다. 하나의 번호를 갖고 2명 이상의 선수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 발생한다. KIA는 올 겨울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검증된 불펜 조상우를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상우는 오랫동안 사용한 11번을 당연히 사용하고 싶어했다. 실제 구단 사진자료실을 보면 11번 유니폼을 입고 불펜 투구를 하는 조상우를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작년에 11번을 단 윤도현이 9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했다.
보통 선배가 우선권을 갖기 마련이다. 후배가 선배에게 등번호를 양보하면 선배는 사례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추신수(SSG 구단주 보좌)가 2021년 SSG 랜더스에 입단했을 때 자신의 등번호를 양보해준 이태양(한화 이글스)에게 고가의 명품시계를 선물한 사연도 있다.
조상우는 등번호 양보를 결정해준 후배 윤도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했다. 윤도현은 3일 공개된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조상우 선배님이 오셔서 양보해드렸다. 사실 11번을 1년간 달았고, 선배님은 예전부터 사용했으니까. 11번에 대한 애정이 크시더라. 전화로 고맙다고 하셨다. 캠프에서 원하는 것을 사주겠다고 하셨다”라고 했다.
해당 영상은 어바인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녹화한 듯하다. 광주에서 선수단 프로필을 촬영한 날이었다. 윤도현은 “9번 달고 안 다치면 그것도 좋은 것이니까. 9번 달고 부상 없이 잘 하고 싶다. 11번을 달고도 다쳤으니”라고 했다. 이른바 꿈보다 해몽이지만, 윤도현은 그만큼 건강이 간절한 선수다.
윤도현은 중~고교 시절 김도영의 라이벌로 광주에선 유명세를 치렀던 선수다. 그러나 2022년 입단 이후 지난 3년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2022년 대구 시범경기 도중 김도영과 부딪혀 중수골이 골절됐고, 작년에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펄펄 날아다녔으나 막판에 내복사근을 다쳤다. 내복사근 부상을 극복하고 퓨처스리그서 복귀했는데 무리하게 주루하다 중수골을 또 다쳤다.
작년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던 것도, 당시 두 번째로 다친 중수골 골절의 여파였다. 시즌 후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서 오키나와에 가기 어려웠다. 윤도현은 개인훈련으로 몸을 만든 뒤 어바인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윤도현이 조상우에게 어떤 선물 혹은 사례를 받았을까. 9년 터울의 두 사람이 등번호를 계기로 친밀해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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