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초토화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20일 넘게 이어진 산불로 인해 대피 생활을 하던 주민들은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잔해를 정리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보호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산불로 전소된 약 1만2000채의 주택에서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미 환경보호청(EPA)과 미 육군 공병대(USACE)가 각각 유독성 물질 제거, 잔해 철거와 부지 정리를 담당한다.
EPA 소속 작업자들은 배터리, 살충제, 페인트 캔 등 눈에 잘 띄는 위험 폐기물을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이 작업은 주택 한 채 당 몇 시간이 소요되며, 피해 지역 전체의 위험 폐기물을 제거하는 데는 약 3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칼라노그 EPA 남부 캘리포니아 산불 부사령관은 위험 폐기물 제거가 고도의 안전 조치가 필요한 작업이므로, 관련 자격을 갖춘 작업자들과 함께 진행된다고 밝혔다. 폐기물의 위험성 탓에 피해 주택 소유자들은 이 작업을 직접 수행할 수 없으며,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없다.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복구 작업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 자전거, 노트북, 휴대전화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고밀도 에너지 저장 장치다. 그러나 산불로 인해 손상되면서 화재 발생 위험이 더욱 커졌다.
칼라노그는 “리튬 배터리가 강렬한 열과 화염에 노출되면, 최소 며칠에서 최대 몇 달 후에 자연 발화하거나 폭발할 수 있다”면서, 이번 LA 지역 잔해 청소가 사상 최대 규모의 리튬 배터리 제거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PA 직원들은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리튬 배터리를 수거한 뒤 소금물에 담가 안정화시킨 후 분해해 폐기하고 있다.
EPA의 위험 폐기물 수거가 끝난 후에는 USACE와 계약한 작업자들이 재, 불에 탄 나무, 손상된 건물 기초 및 기타 잔해를 제거한다. 이들은 수천 개의 건물에서 425만 톤 이상의 잔해를 수거할 예정이며, 모든 작업은 무료로 이뤄진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USACE를 이끌고 있는 에릭 스웬슨 대령은 작은 주택 부지를 정리하는 데 일반적으로 2~4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주택이나 해안선이나 특수 장비가 필요한 가파른 언덕을 따라 있는 주택 부지를 치우는 데에는 10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두 단계로 진행되는 잔해 처리 작업이 모두 완료되기까지는 최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웬슨 대령은 부지의 80%가 1년 안에 정리될 것이고, 나머지는 18개월 안에 완료될 것으로 추정했다.
LA 주민들은 복구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크게 낙담하고 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남쪽으로 약 10마일 떨어진 원룸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킴벌리 블룸(65)은 “정부 기관들이 일을 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했다.
블룸이 갖고 있는 주택 보험으로는 최대 2년 간의 임대료만 충당할 수 있다. 그녀는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18개월이 걸린다면, 2년 안에 집을 재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직접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NYT는 “지난달 15일 LA 카운티 보건국 비상명령에 따라 공무원이 위험 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할 때까지 화재 청소가 금지됐다”면서 “일부 주민들이 EPA 검사를 받기 전인 지난 목요일 주택 부지를 청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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