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8.7도까지 떨어진 4일 아침. 직장인들은 털모자가 달린 패딩 점퍼와 털모자,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한 채 집을 나섰다. 새벽부터 일하는 시장 상인들은 심하게 추운 날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1.5도를 기록했다. 예년 이맘때 아침 기온보다 5도 낮다.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영하 18.7도까지 내려갔다. 추위는 낮에도 풀리지 않겠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영하 6도로 예보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패딩 점퍼 외에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눌러쓰고 두터운 목도리를 매는 등 보온에 신경 쓴 차림이었다. 김모(50)씨는 “사는 곳과 직장 모두 잠실인데, 바깥이 너무 추워서 지하보도를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면서 “밖으로 나오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으로 출근하는 이유리(27)씨는 “잠실역으로 들어올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덕역에서 나갈 생각을 하니 두렵다”고 말했다.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사람들은 “날씨가 왜 이러냐” “진짜 너무 너무 춥다”고 혼잣말을 했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 오르자 신기하다는 듯이 다시 부는 사람도 있었다.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모(25)씨는 “이 날씨에 출근해야 한다는 게 비극”이라면서 “너무 추워서 회사에 갈 때 절대 안 쓰는 털모자를 썼고, 어그부츠도 꺼내 신었다”고 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은 추위 속에서도 뜨겁게 경매를 했다. 멸치부 팀장 박석철(55)씨는 “본업이니 추우나 더우나 나와서 일해야 한다. 산지에서 생산하는 사람들은 노는 날이 없다”면서 “추워도 밥 벌어 먹으려면 나와서 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매 상인들은 날이 많이 추우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랍스타 수조를 청소하고 있던 수산물 상인 A(67)씨는 “추우면 손님들이 안 나와 힘들다. 오늘 같은 날은 (장사가) 재미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청과시장 상인 장모(32)씨는 “추워서 그런지 품목이나 나오는 물량도 별로 없다”고 했다. 손님이 왔다가 찾는 크기의 단감이 없어서 돌아가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경매 중매인 이하늘(36)씨는 “날씨가 이렇게 추우면 길에 차도 없고 매출이 줄어든다. 확실히 힘들다”며 “날이 따뜻해야 한다”고 했다. 가락시장에서 이동식 커피 판매대를 40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모(72)씨는 “이 일을 40년 했는데, 오늘은 진짜 추운 편”이라면서 “추우니 손님이 없고 사람도 없지만 추워도 다 해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쯤 불이 켜지기 시작한 동대문시장도 한산했다. 건물 관리인 70대 B씨는 건물 안과 밖을 오갔다. 그는 “웬만하면 건물 밖에 서 있는데, 오늘 유독 춥다. 밖에 난로 같은 것도 없어서 더 춥게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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