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와 프레드 등 글로벌 명품 주얼리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결혼 예물을 사기 위한 예비부부 등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 전 오픈런(개점과 동시에 뛰어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면서 가격 인상 전 서둘러 상품 구매에 나선 것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명품을 살 수 있는 중고 명품 쇼핑센터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품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는 오는 4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 폭은 약 5~7%로 전망된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까르띠에 매장을 찾은 40대 A씨는 “아침에 서둘러서 8시 20분에 매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30명 넘게 서 있었다”며 “30번보다 앞 순서일수록 오픈런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오늘(3일) 살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A씨는 대기 번호 43번을 받았다.
회원 수가 71만 명에 달하는 국내 럭셔리 브랜드 전문 커뮤니티 ‘시크먼트’에서는 까르띠에 매장 오픈런 문의 글들이 쇄도했다. 해당 글에는 ‘가격 인상 전 마지막 날인 3일에 오픈런을 하는 게 좋을지’, ‘어느 매장에서 오픈런을 하는 게 좋은지’ 등 질문이 주로 담겨 있었다. 설 연휴 동안 오픈런을 한 사람들이 남긴 후기 글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BTS(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글로벌 앰버서더를 맡으면서 유명해진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는 이달 17일부터 가격을 올린다.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약 5~1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예고된 만큼 오르기 전에 사고자 하는 제품이 있는지 매장에 전화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했다.
이미 명품 주얼리 브랜드 제품은 금값이 오르면서 가격이 치솟은 상황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로즈드방 목걸이 가격을 37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인상했다. 반 클리프 아펠은 빈티지 알함브라 팬던트를 476만원에서 495만원으로 올렸다.
오는 4월 결혼 예정인 30대 직장인 B씨는 “이미 가격이 인상된 브랜드 제품을 볼 때면 ‘아 그때 그냥 살 걸’이라는 생각부터 나더라”라며 “가격이 안 오른 브랜드 중 마음에 드는 예물을 사려면 오픈런도, 방문 예약도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의 줄인상 소식에 중고 명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최대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명품 주얼리 거래액은 2023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하반기(7~11월)에도 11% 증가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럭셔리 민트급(새 상품에 준하는 중고 명품) 쇼핑센터로 꼽히는 캉카스백화점 방문 고객 규모도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고 샤넬 반지를 구매한 이혜자(60)씨는 “결혼 예물이나 이벤트 의미가 큰 주얼리를 사야 할 땐 가격이 올랐어도 새 제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거라면 민트급도 괜찮은 편”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새 제품과 큰 차이도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이 예고된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픈런·중고 거래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 오픈런은 가격 인상 예고로 소비자들의 심리와 선택이 압박을 받은 결과”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고 명품으로 만족감을 충족하고 리셀(되팔기) 시장도 커진 만큼 관련 거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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