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끌어안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숲은 단 하나의 나무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적으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 ‘3김(金)’이 연이어 민주당에 대해 비판하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이 대표 독주체제에 대한 비판글을 올린 것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는 “한여름 벌판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양한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며 “오래된 성벽이 튼튼한 까닭은 다양한 돌들이 서로 기대어 지탱하기 때문”이라며 “단음으로는 화음을 만들 수 없고, 여러 소리가 모여야 비로소 아름다운 화음의 심포니가 완성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찍이 영국의 작가 E.M. 포스터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두 가지 이유로 환호한다. 하나는 그것이 다양성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라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양성과 비판은 현대 정당의, 우리 민주당의 생명과도 같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때 창의성과 역동성이 살아난다. 우리는 그 힘으로 생산적 통합, 발전적 성장의 꿈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며 “우리 민주당이 다양한 풀 나무가 자라는 건강한 숲이면 좋겠다. 한 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특히 “우리 안의 다른 의견을 배격하면서 내부 다툼이 격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나”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항전을 치르고 있다. 반헌정세력과 싸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며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을 때 후보로부터 대선 캠페인 본부의 절반 이상을 친문이 아닌 새로운 인사로 구성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의 색깔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한 방송에서 “국민이 불안할 때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으로서 좀 성숙하고 여유 있게 국정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국민들한테 더 강한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라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달 29일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이 대표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야권 잠룡 후보들은 조만간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을 잇따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빨라진 정치권 시계’에 발맞춰 목소리를 내며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은 비명계를 의식한 것이 맞다”면서 “지금은 통합할 때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장문의 글을 올리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의원들에게 “과격한 표현을 통해 다수당으로서의 잘못된 모습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 상임고문단과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전 국회의장과 전 당대표, 전 의원 등으로 구성된 상임고문단은 이 대표에게 “의원들은 언행에 유의하라. 점령군·개선군 같은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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