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박종환 분)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유다인 분)은 자취를 감췄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하정우 분)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추적하는 소설가 호령(김남길 분)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민태와 진태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게 되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 ‘양치기들’(2016)로 데뷔한 신인 김진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충무로 대표 배우 하정우를 필두로, 김남길‧유다인‧정만식‧임성재 등이 출연한다.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이다.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으로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특히 하정우는 동생이 죽던 밤의 진실을 추적하는 남자 민태로 분해 묵직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생을 잃은 슬픔, 분노로 가득찬 인물을 건조하고 거친 얼굴로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치열하게 담아내 몰입을 높인다. 영화 ‘추격자’ ‘황해’ 속 날 것 그대로의 하정우를 좋아한 관객이라면 ‘브로큰’ 속 정체돼 있지 않은 그의 민낯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사라진 동생의 아내 문영을 연기한 유다인도 인상적이다.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 숨소리 하나만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몰입을 돕는다. 조직 보스 창모 역의 정만식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익숙한 듯 새로운 모습이다. 절제된 연기로 날 서고 굵직한 카리스마를 완성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소설가 호령 역의 김남길, 조직원 병규 역의 임성재도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낸다.
액션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거칠고 힘 있게 밀어붙이는 민태의 성격을 고스란히 녹여내 거침 없고 리얼한 액션 시퀀스를 완성하며 장르적 매력을 배가한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항구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데, 얼린 생선과 쇠 파이프를 들고 사정없이 분노를 표출하며 ‘날 것’ 그 자체의 매력을 보여준다.
다만 스토리는 아쉽다. 단조롭고 불친절하다. 인물의 서사에 많은 것이 생략돼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주인공 민태의 서사는 생략되고 동생 석태가 저지른 악행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문영의 상처와 아픔이 부각되다 보니 민태에게 쉽게 공감되지 않고 그의 복수를 응원하기도 힘들다. 아쉬운 대목이다.
김진황 감독은 “민태의 추적을 따라가며 사라진 문영의 흔적을 함께 찾아가다 보면 엔딩 즈음 생각하지도 못한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애정을 쏟아 열심히 만들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까. 오는 5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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