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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의 중학생이 재학 중인 전라북도 전주 소재 A 대안학교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니창업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 능력과 경제적 사고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0명의 학생들은 ‘동네 1등 빵집과 분식집을 만들려면?’이라는 주제로 두 달간 창업을 경험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품 제작, 가격 설정, 마케팅, 투자제안서 작성,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1일 판매 활동을 통해 매출과 순마진을 계산하고 자금 조달과 협상 등 현실적인 과제를 체험하며 창업의 복잡한 과정을 생생히 경험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쓸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학습 방식과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안교육기관은 2023년 2월 215개에서 지난해 10월 259개로 2년 새 15% 늘었다. 특히 서울(74개)과 경기도(69개)에 집중돼 있으며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만 1772명에 달했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대안학교 학생 수를 집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추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안교육기관이 증가하면서 학생 수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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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에는 학업이 더딘 학생,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 다문화·북한이탈 가정 출신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며 일반 학생 비율도 절반을 넘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4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국 대안학교 재학생의 33.3%는 ‘내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대안학교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 생활이 즐거워서(21.5%)’ ‘선생님이 좋아서(8.5%)’ ‘학업 경쟁이 없어서(8.0%)’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응답 비율도 높았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받고 건강 상태를 보다 세심하게 돌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대안학교 선택 이유로 꼽았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방과 후 돌봄이 편리하게 제공되거나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각 대안학교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체험과 실습을 바탕으로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대안학교의 ‘장난감 세상’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바느질, 뜨개질, 자수 등 기술을 배우고 자신만의 인형극을 제작해 마을 축제에서 발표하는 활동이다. 또 다른 대안학교는 ‘디지털 가내수공업 일터’를 통해 비디오 제작, 사진 편집, 음악 믹싱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3개월 동안 제작한 콘텐츠를 지역 행사나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하며 실무 경험을 쌓는다.
부산의 한 대안학교는 ‘우리동네 전파상’ 프로그램을 통해 전자제품 분해와 조립을 가르치며, 지속 가능한 소비와 재활용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한다. 또 ‘상상보물창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폐기물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전시하며, 디지털 디자인 기술을 익히고 창의적인 재활용 방법을 배우게 한다. 학생들은 결과물을 발표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 사고를 키운다.
다만 대안학교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학비 부담이다. 대안학교의 평균 연간 학비는 718만 원, 초중고 통합형 학교는 844만 원에 달해 학부모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원 처우 문제도 심각하다. 대안학교 교사들의 급여는 공교육 교사보다 30~40% 낮고, 절반 이상이 재직 기간 5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사는 “교육적 보람은 크지만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고용 탓에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2021년에 제정된 ‘대안교육기관법’은 대안교육기관을 법적으로 인정했지만, 재정 지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다. 이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혜택이 중단됐고, 전기·수도세 할인이나 교직원 채용 시 성범죄 이력 조회 같은 기본적인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실태 조사가 지난해에서야 시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가 그간 대안학교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학부모들은 입소문에 의존해 학교를 선택해야 했다. 최근 누리집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약 120여 개의 미등록 시설은 여전히 법적 관리와 지원에서 제외돼 있다. 휴교와 폐교가 잦아 실태 조사 주기를 단축하고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한 학부모는 “대안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문제아들이 다니는 곳으로 오해받는다”며 부정적 시선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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