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용차 제조사가 동남아 국가에 진출을 시작하면서 현지 공장 설립, 마케팅 강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상용차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중국 상용차 제조사는 유럽을 주력 시장으로 여기고 점유율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 안착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추가 관세 부과와 안전성 문제가 극에 달하면서 비관적인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력 시장의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비교적 진출이 쉽고 상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여러 중국 상용차 제조사들은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용차 제조사가 동남아를 타깃으로 삼은 건 높은 잠재력을 확인해서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이자 산업화, 도시화에 속도가 높아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 규제 강화됨에 따라 전기 상용차의 성장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베트남 상용차 시장은 2024년부터 2028년 사이 15억달러(2조176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연평균 성장률은 8.05%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동펑상용차신장유한공사는 베트남 상용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대형 트럭 라인업인 X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라인업은 1200뉴턴미터(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조절식 에어서스펜션, 경량화된 섀시 등이 특징이다.
상용차 비중이 높은 태국 역시 중국 상용차 제조사가 꼽는 신흥 시장 중 하나다. 태국은 건설 및 물류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이 43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상용차 제조사 포톤은 일찌감치 태국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3만7000제곱미터(㎡)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를 중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트럭과 버스, 전기, 수소연료 트럭 등 태국 정부의 방향성에 대응하는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10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가시적인 실적을 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대형 상용차 전환 시기를 맞이하면서 16톤급 상용차 판매 전초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는 여러 상용차 제조사가 탐을 내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를 예측한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7년 상용차 합작 법인을 세운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현지 법인을 동남아 인근 국가 진출을 위한 허브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의 경우 현대차와 일본 상용차 제조사인 히노와 이스즈, 후소트럭의 점유율이 높은 상태다”며 “중국 상용차 제조사들은 이미 시장을 장악한 한국과 일본 상용차 제조사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울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중국 상용차 제조사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남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 포톤의 경우 지난해 9월 6세대 대형 트럭 아우만 갤럭시 9(Auman Galaxy 9)을 공개했으며 3개월 만에 아우만 갤럭시 5(Auman Galaxy 5)와 갤럭시 T(Galaxy T)를 잇달아 출시하는 등 공격적으로 신차를 투입하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BYD 역시 남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인 T5 DM과 전기 트럭 T5 EV를 출시했으며 장링모터스의 JMC도 1회 충전으로 최대 50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 상용차 E-Fushun과 E-Shunda를 선보이는 등 시장 공략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샤크만은 “주력 모델인 X6000 시리즈를 비롯한 X3000, X5000 시리즈가 판매량 성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연내 3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웨이차이 뉴 에너지 상용차는 전기 트럭을 앞세워 칠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랜드킹 시리즈 트럭 라인업을 출시했으며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해 3.5톤에서 18톤급 모델을 주력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1회 충전으로 최대 400㎞를 주행할 수 있는 EH 일렉트릭 라이트 트럭 S와 도시 물류형 ER 일렉트릭 미니 트럭 S, 수소전기트럭이 판매량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던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이 불투명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동남아와 남미를 공략하고 있다”며 “두 시장 모두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친환경 트럭 라인업, 가격 경쟁력 등을 통해 시장을 점령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상용차 제조사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지에서 국산 상용차의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은 상당히 위협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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