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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높아진 환율에 손님 ‘뚝’ 떨어진 남대문 수입품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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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 수입상가 내부가 한산하다. 공실이거나 문을 닫은 상점들이 보인다. /정두용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 수입상가 내부가 한산하다. 공실이거나 문을 닫은 상점들이 보인다. /정두용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일대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에도 한산했다. 작년 12월 초부터 고(高)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손님이 뚝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수입 잡화를 판매하는 소매상 최모(52)씨는 “마진 절반을 포기해도 환율이 올라 두 달 전보다 비싼 값에 팔 수밖에 없는데 손님이 오겠나”라며 “고환율 상황을 이해해 주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뭐가 이렇게 비싸졌냐’며 발길을 돌린다”고 했다.

◇高환율에 비용 높아지는데 매출 떨어지면서 ‘이중고’

남대문시장에는 수입상가가 여러 곳 있다. 잡화 위주의 숭례문수입상가, 안경·시계 위주의 남대문수입상가, 잡화·건강보조상품 중심의 신용제일수입명품상가 등이다.

이곳에서는 도·소매 상인들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다양한 수입 상품을 쌓아두고 손님을 기다린다. 독특하고 다양한 수입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혀왔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된 요즘에도 남대문 수입상가는 이런 점 덕분에 손님들이 꾸준히 찾았다.

그런데 최근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작년 11월 29일 1달러는 1396.5원에 거래됐으나 12월 31에는 1477원을 기록했다. 지난 달 하순에는 1430원대에서 안정되는가 싶었으나, 설 연휴 뒤 31일 외환시장이 문을 열자 1450원을 넘었다. 두 달 사이 3.9% 올랐다.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은 수입사-도매상-중간상-소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고환율 여파는 수입사에서 시작해 소매상까지 차례대로 번져 나간다. 물건을 수입해 오는 데에도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데, 팔리는 물량은 예전보다 적어 비용은 늘어나는 동시에 매출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 신용제일 수입명품 상가에서 소매상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정두용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 신용제일 수입명품 상가에서 소매상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정두용 기자

◇“손님들 10만원이면 바구니 가득 들고 갈 수 있었던 건 옛날 이야기”

남대문 수입상가 상인들은 환율이 급격히 올라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도매상 김모(47)씨는 “환율이 괜찮을 때 들여놨던 재고가 다 떨어졌다. 계엄 후 (고환율에) 치솟은 물건 가격이 소매에도 다 적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신용제일수입명품상가에서 식품을 취급하는 소매상 강모(40)씨는 “환율이 올라 가격이 오르면 구매율이 떨어진다”면서 “전에는 10만원어치를 사면 바구니 가득 풍족하게 들고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이 나질 않으니까 손님들이 반기지 않는다. 우리도 물건이 안 나가니까 보따리(중간상)에 주문을 넣을 수 없어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개당 3600원에 들여온 수입 초콜릿을 4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두 달 전에는 같은 제품을 개당 3300원에 사왔다. “그렇다고 초콜릿 가격을 올릴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소매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입상가 가격이 오르자 손님이 끊겨 예전만큼 판매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입상가 단골 손님인 박상현(54)씨는 “다양한 비타민제와 재미있는 먹거리가 많아서 남대문시장을 자주 찾는데, 확실히 물건 값이 비싸졌다”고 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 숭례문수입상가 내부가 한산하다. /정두용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 숭례문수입상가 내부가 한산하다. /정두용 기자

◇“한 번 주문에 20억 드는 데 환율 뛰어 2억 더 들어 집 담보 잡혔다”

덜 팔리는 것만큼이나 해외에서 물건을 더 비싸게 떼 와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수입사를 운영하는 심모(56)씨는 고환율 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고 했다. 심씨는 미국에서 구강청결기를 1년에 두 차례 수입해 소매상에 공급한다. 한 번 수입하는 데 20억원 정도 드는데,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같은 수량을 받아오는 데 들어가는 돈이 훅 뛰었다.

심씨는 “물량을 맞추려면 2억원 정도가 더 필요했다. 그 정도 여유 자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며 “경기 침체, 계엄, 탄핵, 아주 지긋지긋하다. 이번 거래를 끝으로 미국 본사에 ‘이제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무리해서 물량을 들여와도 요즘 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우니까 잘 안 팔린다”며 “장사 걱정에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수면제를 먹고 겨우 잠이 든다”고 했다.

한편 소매상 최씨는 “환율이 2% 오르면 도매가는 20% 정도 상승하고 소비자 가격은 30~40% 뛴다”며 “오랜 경기 침체에 계엄 후 생긴 불안감 더해져 최악인데, 이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원화 기준 수입 물가는 전달보다 2.4%, 전년 동기 대비로는 7.0%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수입 커피는 95.4%, 수입 쇠고기는 18.7% 올랐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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