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여덟 번째 책은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끊을 수 없는 애도의 굴레에 갇혀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난 널 괴롭히고 있는 걸까? 널 살리려는 게 아니라 네 비석을 더 매끄럽게 깎고 있는 걸까? 네가 수천 번 죽은 건 나 때문일까?_「돌이킬 수 있는」中
타임루프(특정 시간대가 무한반복되는 내용이 주제가 되는 작품), 느와르, 초능력, 로맨스가 한 데 더해진 군상극 형태의 소설이 있다. 자칫 ‘잡탕’이라며 혹평의 대상으로 전락할 법한 소개이지만, 작가 문목하는 400페이지가 넘는 이 정체 모를 소설에 독자의 몰입을 끝까지 이끌어나가는 기행을 보여준다.
“연민도 받아본 사람들이 할 줄 아는 거겠죠”, “정직은 신용을 지켜주지만, 거짓말은 생명을 지켜주거든”, “가족애라기엔 번민이 너무 컸고 동지애라기엔 헌신이 지나쳤습니다”…작가 문목하가 독자를 매혹시킬 수 있었던 하나의 비법은 바로 인물들의 옹골진 대사에 있다. 악역과 선역, 이들을 아우르는 화자와 내레이션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적재적소의 명문을 제조해낸다.
이 밖에도 세 가지(파쇄자·정지자·복원자)로 분류되는 초능력을 얻은 참사 피해자들이라는 독창적이고도 기발한 설정, 이들 초능력자들을 두고 세 가지 분파(싱크탱크·비원·경선산성)로 나뉜 삼권분립의 양상은 독자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인도한다.
독자는 「돌이킬 수 있는」을 통해 감칠맛, 운명적 피비린내, 사랑의 단맛, 푸석푸석한 흙먼지의 향, 긴장으로 인한 갈증 등 독서로 하여금 원해 온 자극을 대거 충족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책을 읽기 전으로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발제자 ‘이브’는 「돌이킬 수 있는」을 1월의 책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한국형 SF 입문이라는 평가를 들었다”면서 “초능력과 누아르가 동시에 존재하는 소설이라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SF 미식가, 청년들의 「돌이킬 수 없는」 감상평
독서모임장인 하이디(25·여)는 “인생을 관통하는 작가의 통찰력 있는 문장이 하나하나 빛나는 소설”이라며 “책 자체가 꽤 길었음에도 도저히 손에서 놓기 힘들다고 생각한 게 몇 번 반복되니 한 권을 뚝딱 해치운 후였다”고 호평했다.
영(20·남)은 “SF란 장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책은 재밌게 읽었다”면서 “이 책에선 SF에서 중요하게 드러나는 갈등과 사건의 원인 등에 중심을 두기보다 그 속에서의 인물들의 감정선, 혼란을 주로 표현했기에 재밌게 느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물들의 선택이나 책에서 직접 표현하지 않은 부분들에서 의아한 점들이 있어 아쉬웠다”며 “스토리 전개의 흐름이 단순하지만 그럼에도 재밌다는 점이 영화화하기에 괜찮은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미(26·여)는 “촘촘한 듯하지만 촘촘하지 않은 책”이라면서도 “세 사람의 관계성을 제외하면 구성 자체는 꽤 탄탄했다. 모든 인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시간을 수십 번 되돌린 끝에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택했다는 결말이 여기저기 흩어진 이야기 조각들이 마지막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고 감상했다.
에일린(25·여)은 “웹소설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필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며 “결국 선과 사랑, 인간의 의지가 이기는 내용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24·여)은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과 능력을 괴멸하기 위한 인물 간의 대립구도, 각기 다른 능력 간의 대립구도가 참 재미있는 SF 도서”라며 “특히 이야기 서사에서의 전반적인 연결성과 반전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 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책의 주인공인 윤서리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느꼈다”면서 “처음 읽었을 때는 미궁 속의 알 수 없는 캐릭터였지만 갈수록 인간미도 느껴졌고, 미스테리가 하나씩 풀리는 느낌이라서 유독 마음에 갔던 인물”이라고 짚었다.
엘사(25·여)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SF란 장르에서 모국어의 생동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독서모임에서 자신과 다른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에 대해 긍정적인 감상을 공유했다.
엘사는 “등장인물에 관해 그들의 능력보다는 그들이 싱크홀 사고의 피해자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상깊었다”며 “이 의견을 들은 후, 책을 읽으며 그들이 겪었을 싱크홀 사고의 슬픔보다는 얼마나 더 화려한 능력을 펼쳐나갈지를 기대했다는 점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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