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도경수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로 관객 앞에 섰다. 스크린 첫 멜로에 도전한 그는 특유의 순수한 소년미와 멜로 눈빛을 장착하고 풋풋한 설렘부터 애틋한 감정 열연까지 섬세하게 빚어내며 관객을 매료한다.
도경수가 호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 분)과 정아(원진아 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2008년 국내 개봉해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등극한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 ‘내일의 기억’으로 입봉한 서유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27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 중 도경수는 천재 피아니스트 음대생 유준을 연기했다. 도경수는 순수하면서도 과감하고 단단한 면모를 지닌 유준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며 원작 속 상륜(주걸륜 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처음 도전한 피아노 연주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도경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택한 이유부터 피아노 연습 과정,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성공한 리메이크작”이라고 영화를 향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원작 팬이었다고.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도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의 힘이 제일 컸다. 재밌게 본 영화라 시나리오를 받고 부담감도 있었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피아노도 쳐본 적이 없어서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서 제안을 받고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원작의 어떤 점이 좋았나.
“피아노 배틀 장면이 가장 컸고 나도 샤오위(계륜미 분)에게 빠졌던 것 같다. 여자주인공 캐릭터가 정말 매력 있었다. 당연히 주걸륜도 피아노를 엄청 잘치고 멋있었다. 이야기 자체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 좋았다.”
-원작 속 상륜과 유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상륜은 직접적으로 대시하고 찾아가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유준이 정아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모든 걸 포기하고 달려간다. 표현을 직접적으로 한다. 그것에 몰두해서 정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중점을 두고자 했다. 걱정된 것은 대사가 책 같은 느낌이 있어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잘 표현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유민 감독과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남자가 생각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잖나. 나는 무덤덤한 편이고 무뚝뚝한 편이라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울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기서는 조금 더 간지럽게’라는 표현으로 디렉션을 줬는데 그렇게 조금씩 조율해 가면서 맞춰나갔다.”
-피아노를 처음 쳐봤다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노래만 불러왔다. 3주 정도 연습을 했는데 실제 피아노 곡을 그렇게 치는 게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기간이라서 손기술이나 현란하게 보이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반복하면서 연습했다. 피아노 배틀할 때 반대쪽에 앉아있던 분이 선생님이었고 한 분 더 있었는데 곡을 칠 때 그분들의 몸동작을 카피하려고 노력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쉽진 않았다. 올바로 건반을 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현장에서 모션으로 하는데 소리가 안날 수 없었다. 엉뚱한 소리가 나는데 연기는 잘 치는 것처럼 해야 하니까 현장에서 창피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분들이 내는 소리처럼 내고 싶은데 가능하지 않으니 어려웠다.”
-가장 고심한 장면은.
“엔딩 장면에서 피아노 연주가 난이도가 높아서 어려웠는데 그때 유준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숙제였다. 판타지잖나. 이 사람을 진짜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는 걸 표현해야 하니 어려웠다. 피아노를 쳐서 과거에 가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경험이잖나. 어디까지 표현하는 게 맞을지, 정아를 마주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려웠다. 테이크를 많이 갔던 신이다.”
-유준의 마지막 선택은 공감했나.
“실제 나라면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가족을 버리고 커리어를 내팽개치고 정아 밖에 안 보이는 곳으로 가는 거잖나. 그냥 두 인물의 열정 가득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판타지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고 둘의 관계성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멜로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보면 되게 따뜻하다.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사랑, 그런 감정을 나도 표현해 보고 싶었다. 그동안 극에 달한 역할이라든지 상처가 있는 캐릭터를 많이 해와서 따뜻하고 일반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말한 것처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더라.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대학교에 대한 로망이 항상 있었다. 실질적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MT에 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에 가보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었다. 촬영 당시에 진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거든. 그 분위기를 느끼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연기가 좋았다. 생활 연기가 필요한 장면이 마음이 제일 편했고 제일 재밌었다.”
-원진아, 신예은과의 호흡은 어땠나.
“원진아는 점잖고 차분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만나보니 180도 다른 사람이더라. 정아를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고 정아도 차분할까 생각했는데 활기가 넘치더라.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밝은 모습이 잘 묻어난 것 같다. NG 없이 잘 맞고 재밌게 연기했다. 인희는 그냥 신예은이었다.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면 중간중간 방해하는 걸로 생각될 수 있잖나. 그런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더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다. 신예은의 밝은 에너지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든 것 같다. 신기하다.”
-스크린 첫 멜로 도전을 마치고 연기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나.
“다른 작품도 똑같다. 그 작품을 할 때 그 캐릭터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들을 조금씩 얻어가고 있는 것 같다. 대사를 할 때나 감정신을 할 때 항상 상황이 다르고 캐릭터가 다르다 보니 느껴지는 것들이 다 다른데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꾸준히 잘 성장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공한 리메이크작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결도 잘 담겼고 한국적으로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공한 리메이크작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또 따뜻한 영화다. 멜로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봤을 때 따뜻함이 남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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