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디지털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며 저연령 근로자가 급증한 가운데, 청소년들이 근로 중 부당행위를 경험한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근로 실태 및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7212명 중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일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1414명으로, 이 중 11.3%는 만 13세 미만에 처음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나이는 만 15세 미만이다. 응답자 중 13세 이상~15세 미만부터 일을 해 본 이들은 23.2%, 15세 이상~18세 미만은 60.9%에 달했다.
특히 13세 미만에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처음 시작했다는 비율이 고등학생은 3%에 그쳤지만 중학생은 31.2%로 높았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어린 연령대에서 돈 등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현상이 더 어린 연령층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저연령화’ 현상을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노동 경험이 있는 청소년 가운데 13세 미만에 일을 시작했다는 비율은 14.5%였다. 관련 경험이 없는 비율(5.5%)보다 2.6배 높았다.
이들 청소년 근로자들은 근로 중 부당행위를 겪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근로 경험이 있는 청소년 952명 중 임금체불이나 언어폭력, 성희롱 등 부당행위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4.5%였다.
구체적으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17.4%·이하 중복응답)’, ‘일을 하면서 휴게시간을 받지 못했다(17.1%)’, ‘정해진 임금보다 적게 받거나 받지 못했다(13.7%)’, ‘고용주나 관리자로부터 언어폭력이나 성희롱 또는 물리적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10.1%)’ 등 순이었다.
부당행위에 대해 항의하거나 신고했다는 응답은 17.9%에 그쳤다. 보고서는 “청소년의 근로는 초단시간 근로, 단시간 및 기간제 근로 등 소위 비전형 노동의 대표적 형태에 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차별적 인식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청소년 다수 고용 업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나이 어린 근로자의 부당행위 경험을 줄이려면 노동인권 교육을 더 이른 시기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15세 미만이 일하려면 예술공연 참가를 제외한 모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어기고 고용하는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15세 미만에 처음 일했다는 360명 중 ‘취직인허증을 발급받고서 일을 시작했다’는 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52%는 ‘취직인허증을 발급받은 적 없으며, 그냥 일을 시작했다’고 답했고 35.5%는 ‘취직인허증 발급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면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연령 기준과 엇박자가 발생하는 현상이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에 보고서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을 규율하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되는 유튜버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 ‘일’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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