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작권 당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물도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놔 주목된다. 다만 창작 과정에서 AI의 역할은 보조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30일(현지시각) AP와 더버지 등 외신들은 미국 저작권청(USCO)이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 AI 도구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저작권 인정요건(Copyrightability)’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생성 인공지능(AI)이 지난 2022년부터 대중적으로 이용되면서 특히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논란이 돼왔다.
2022년 9월 미국 콜로라도 주정부가 개최한 미술 공모전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는 제이슨 앨런이라는 응모자가 출품한 ‘우주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1위를 차지했다. 응모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이 작품은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밝혀 예술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 도구들은 명령글(프롬프트)을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AI로 만든 결과가 어떻게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에 제이슨 앨런은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지 수없이 명령글을 수정하면서 고심했다며 이런 노력을 창작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당시 USCO는 이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저작권법은 인간 작가에만 적용된다면서 AI 시스템이 생산한 결과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USCO는 또 2022년 9월 미국에서 디지털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크리스 카슈타노바가 대본을 쓰고 미드저니로 만든 18페이지 짜리 그래픽노블 ‘새벽의 자리야’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허가했다가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미드저니로 만든 줄 몰랐다는 게 당시 이 기관의 해명이었다.
이런 논란을 거쳐 USCO는 이번 보고서에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창작물과 AI 도구간의 관계를 더 명확하게 규정했다.
우선 AI 도구를 통해 프롬프트만 바꿔가며 얻은 결과는 AI 시스템이 만들어낸 것이지 이용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어서 여전히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십억에서 수천억 개의 방대한 매개변수를 기계적으로 돌려 결과를 만들어 내는 AI는 흔히 ‘블랙박스’에 비견된다. 어떤 변수들을 어떻게 연결해 결과물을 내놓는지 인간 사용자는 알 수 없다. 그만큼 인간의 통제가 개입하지 못한다는 점에 USCO는 주목했다.
보고서는 “프롬프트가 몇 번이나 수정됐든 최종 출력은 AI 시스템의 해석이고 사용자가 이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주 오페라 극장’은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USCO는 그러나 창작자가 AI도구를 보조적 역할로 사용하는 경우는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AI 도구로 일러스트레이션에 3D 효과를 입히는 것과 같은 사례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맨 위 이미지 참조)
그러면서 “AI를 창작을 돕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결국 인간의 통제 정도가 저작권 인정여부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USCO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의 스플래터 기법(붓으로 물감을 뿌리는 기법)을 언급했다.
폴록은 캔버스 위에 물감이 정확히 떨어지는 위치를 통제하지 않았지만 색상의 선택, 물감 층의 개수, 질감의 깊이, 전체 구도에 대한 각 요소의 배치를 조절했고, 이러한 모든 선택을 실행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움직임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무작위한 것 같지만 창작자의 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AI 도구도 작가의 통제 아래 활용돼야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USCO는 이 보고서에서 AI 도구 이용자가 입력하는 명령글(프롬프트)에 창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명령글만 가지고 AI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선 저작권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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