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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⑦ ‘재기’ 노리는 한동훈, 기회는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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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벌어진 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 물밑에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구속 수감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60일 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 뚜렷한 선두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가 압도적인 야권에서도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대선 후보가 되는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편집자주]

‘탄핵을 찬성한 보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현주소다. 다수파인 친윤(親尹)계와 각을 세우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밀어붙인 집권 여당 대표. 한땐 논리적이고 빈틈없는 화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무능과 말실수를 부각시키며, ‘보수의 희망’으로 통했던 정치인. 그런 그가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조기 대선이 펼쳐질 경우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 ‘중도층 확장’ 복귀 명분 ‘뚜렷’… 독자 세력화 나설까

당 대표에서 물러난 한 전 대표는 잠행 중이다. 설 명절 이후 재등판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24일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과 오찬을 하고 “기죽지 말라.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인 만큼 단단하게 잘 추스러보자”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당에 잔류하되 재기 시점을 저울질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엄 사태때 제대로 비판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돌아올 명분이 확실하다는 점에서다. 그 명분은 바로 ‘중도층 외연확장’이다.

한 전 대표는 김문수·오세훈·홍준표·나경원 등 다른 어떤 후보보다 중도층 확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층 표심을 누가 더 끌어올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결국 본선(대선) 당선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 강성 지지층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은 여권의 ‘윤 대통령 거리 두기’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다른 후보들이 더 이상 확장성을 보여 주지 못할 때가 오면 소환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활동 공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한동훈의 시간’이 무르익으려면 윤 대통령 탄핵 심리가 더 진행돼야 한다. 섣불리 나왔다가 여전히 ‘너 때문이야’라는, 책임의 정치로 귀결되기 쉽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숨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다수파인 친윤의 지지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향후 보궐선거나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이 한 전 대표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수 진영은 그간 ‘민심의 지표’로 통하는 총선에서 2016년, 2020년, 2024년 3번 연속 패했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과 서울 강남권에서만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오늘날 국민의힘을 보고 ‘영남당’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한 전 대표가 때를 기다리면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대선 경선을 뚫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원외에 있는 친한계 중에 우량주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 ‘수도권 수성’ 카드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가 탄핵 찬성 세력을 규합해 ‘독자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독립하는 것은 결국 여권 분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당(分黨)은 선거의 필패 공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한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든다 해도 당적을 옮길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의 홀로서기가 어려울 경우,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부활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친윤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작년 7월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작년 7월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또 검사 출신 대통령?’ 국민 납득시켜야

대선주자로서의 한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작년 1월 첫주(9~11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자.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22%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3%)와 오차범위 내로 2위에 올랐다. ‘초박빙 구도’였다.

1년이 지난 올해 1월 첫주(7~10일) 동일한 기관의 선호도 조사를 보자. 이 대표는 32%를 얻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6%를 얻는데 그쳤다.

한 전 대표는 임기 내내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정치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명품백 사과 요구, 문자 읽씹 논란, 김경수 복권 반대, 의대증원 유예 등을 주장하면서 엇박자를 냈다. 대야(對野) 공세에 고삐를 쥐어야 하는데, 당정갈등이라는 높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강점인 똑똑한 이미지와 화법도 상황에 따라 약점이 됐다. 한 전 대표는 서울 강남, 서울법대, 검사 출신 등 그간 대선 주자들에서 보지 못한 ‘역대급 스펙’을 갖고 있다. 검사 시절 ‘조선 제일검’으로 알려질 만큼 탁월한 수사 능력을 발휘했다. 요점을 딱 짚어서 콕콕 말하거나, 반복해서 되묻는 방법은 명확성을 갖춘다는 점에서 좋지만 때로는 악수가 됐다.

여권의 한 의원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원래 여의도식 화법이다. 여론을 수용하면서 대응해 가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한 전 대표의 말은 단도직입적인 경우가 많다. 내용을 선명하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주워 담기가 힘들다”고 했다.

특히 의원총회는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인데, 당 대표의 생각이 워낙 강해 사실상 통보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독단적인 모습이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노출됐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또 다시 검사 출신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전 대표 스스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사 특유의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닮아 있다”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한 전 대표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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