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한화 이글스 김서현은 160km/h를 육박하는 강속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제구에 발목을 잡혀 어려움을 겪었다. KBO리그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고영표를 만나고 국제대회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제구력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김서현은 지난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16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큰 관심을 받았다. 반면 제구가 안정되지 못해 기복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첫 시즌부터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2023년 김서현은 20경기에 출전해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의 성적을 남겼다. 22⅓이닝 동안 26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23개의 볼넷도 함께 내줬다.
지난 시즌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필승조로 활약했다. 2024년 김서현은 37경기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직전 시즌 9.27에 달했던 9이닝당 볼넷 비율(BB/9)은 7.51로 감소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15이닝 5볼넷 BB/9 3.00을 마크했다.
압도적은 구위를 바탕으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됐다. 쿠바와의 평가전에 등판해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서현은 고영표(KT 위즈)가 투구폼에 대한 팁을 줬다고 했다. 당시 김서현은 “고영표 선배가 폼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많은 부분이 아니라 팔 앞부분을 조금만 잡아주고 가면 제구 잡는 데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던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영표는 현존 KBO리그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통산 BB/9가 1.43에 불과하다. 2023시즌에는 0.98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낮은 볼넷 비율을 작성했다. 김서현과 같은 사이드암이기에 많은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류중일 감독도 김서현의 변화에 놀란 눈치였다. 류중일 감독은 “3볼에서 투수가 사실 변화구 잘 안 던진다. 그런데 (슬라이더를) 던지고, 두 번째 또 던지더라. 세 번째 또 던져서 그걸 딱 잡아내더라. 대성할 수 있는 선수다. 빠른 볼에 변화구만 장착이 되면 최고 투수다”라고 했다.
프리미어12 본선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김서현은 총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대만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시작으로, 일본전 0.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도미니카 공화국전 1.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주전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리미어12에서 총 70구를 던졌고, 이 중 42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비율로 환산하면 60%가 된다. 2023년 김서현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46.1%였고, 지난 시즌은 55.1%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역대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투구 비율을 보인 것.
사실 김서현 제구 문제는 투구폼의 영향이 컸다. 공을 던질 때마다,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마다 팔 각도가 달라졌다. 이 때문에 김서현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비시즌 내내 밸런스 위주의 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김서현은 올 시즌부터 등번호 44번을 단다. 44번은 친형 김지현이 SSG 랜더스에서 쓰던 번호다. 소래고-인하대를 졸업한 김지현은 2024년 육성 선수로 SSG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경기를 소화했고,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김서현은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44번을 썼고, 이제 소속팀에서도 형의 번호를 달고 뛴다.
많은 강속구 투수가 ‘제구’를 잡지 못해 쓰러졌다. 지금까지는 김서현도 타자와 싸우기보단 자신과 싸우기 바빴다. 고영표의 조언을 받았던 프리미어12에서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스프링캠프 담금질을 통해 더욱 제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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