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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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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이 박물관의 ‘꼭두’ 기획전 전시장 앞에서 꼭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민속은 아주 먼 옛날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30~40년 전 부모 세대의 일상도 민속자료입니다. 민속은 현재 진행형인 동시에 미래 확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신제품이거나 최신 유행이지만 시간이 지나 추억을 떠올릴 만한 것이라면 전시 소재가 되는 것이죠. 민속은 자신과 이웃의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24일 경복궁 내 위치한 박물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속과 민속박물관 개념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속박물관이라고 하면 전통 민속만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근현대 민속도 조사·연구·전시의 범주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민속은 ‘휴먼 라이프’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왕실과 귀족 같은 지배 계층 문화를 제외한 민초의 삶과 이야기를 담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아버지’를 주제로 한 기획 전시회에는 우암 송시열이 맏딸을 시집보낼 때 쓴 한글 편지부터 1970년대 아버지의 월급봉투, 1960년대 돌잔치 초대장, 불과 몇 년 전의 아버지용 주방 장갑까지 망라했습니다.”

장 관장은 현대사회에서 민속의 가치에 대해 “특정한 국가와 민족을 떠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인문학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러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세대와 세대, 지역과 지역, 인종과 인종을 이어주는 소통 고리가 탄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유행인 한류와 K컬처의 뿌리도 따지고 보면 우리 전통 민속”이라며 “과거부터 면면히 내려온 고유의 문화 원형질이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현대사회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TS의 노래에 국악 멜로디를 담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딱지치기 같은 놀이는 전통 민속은 아니지만 중장년층이 유년시절 즐겼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기에 귀중한 민속자료”라고 설명했다.

'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수집광’인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이 고교 3학년이던 1986년의 국립중앙박물관 입장권.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한 장 관장은 역사학도 출신으로 영국 레스터대에서 박물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학창 시절부터 박물관에 관심이 많았던 ‘수집광’이라고 소개했다. 장 관장은 인터뷰 도중 고교 3학년 시절인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옛 중앙청(1995년 철거)으로 이전한 이튿날 관람한 박물관 입장권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형적인 ‘덕업일치’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설에 대한 어원과 유래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 조상들이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부른 것은 그만한 연유가 있는 듯해요. 그해 첫날인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나 조심스러움·경건함 같은 의미를 담았던 것이죠. 여러 학설이 있지만 ‘낯설다’의 ‘설다’에서 유래했다는 해석이 많아요. 1월을 정월(正月·바른 달)이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첫 달을 바르게 지내야 그해를 무사하게 지낼 수다는 것이죠. ‘장이 서다’ ‘결심이 서다’처럼 뭔가 생긴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는 것이죠.”

장 관장은 “설 명절의 현대적 의미를 굳이 따져본다면 새로운 시작을 가족과 함께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과거 세대와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민속은 한류의 뿌리…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이 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된 장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민속박물관의 특징은 세대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시품을 할머니가 손주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은 민속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죠.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일반적인 박물관은 사전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민속 전시품은 친숙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장 관장의 요즘 관심사는 기증 캠페인이다. 그의 명함 뒷면에는 ‘이런 게 기증 되나요? 네 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기증이라고 하면 고려청자나 불상 같은 희귀한 것만 떠올리는데 민속자료는 자신과 이웃의 흔적과 스토리를 담은 것이면 충분합니다. 빛바랜 할아버지 사진이나 일상의 작은 흔적도 박물관이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그는 “가족의 사연이 담긴 물건인데도 당장 필요하지 않아 이사 갈 때 버리는 게 안타깝다”며 “조금이라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라면 소중하게 간직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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