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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칼럼 “윤석열 신문 안 봐, 이재명도 제발 사설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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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4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바라보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4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바라보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고문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신문사 사설을 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이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을 역전당하자 당 지도부에 “이유를 분석해달라”고 말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고문은 지난 24일 「언론이 초갑(超甲)? 사설만 봤어도 이 지경까진 안 됐다」 칼럼에서 “논설위원을 하다 정부로 간 사람한테 들은 소리다. 매일 나라 걱정을 하며 해결책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하는 일이 비슷하다는 거다. 물론 다른 점은 백가지도 넘겠지만 매일 무슨 사설을 쓸지 발제하고, 회의하고, 쓸 때마다 논설위원들은 직업병처럼 나라를 걱정한다”고 운을 뗐다.

▲지난 24일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 칼럼.
▲지난 24일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 칼럼.

그러면서 “‘윤석열 사태’를 겪으며 제일 억장 무너지는 일 중 하나가 윤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이 신문을 안 본다는 사실”이라며 “지난해 총선 전에도 여권 인사에게 ‘신문 보지 말고 민심(즉, 극우 유투브)을 들으라’고 했다더니 15일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에도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신문·방송)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단다. 그러고는 21일 헌법재판소에선 또 ‘국회와 언론이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라고 했다. 앞뒤 안맞는 소리가 한두 번도 아니지만 참담하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여권 인사에게 극우 유튜브를 보라고 다그쳤다. 지난 9일 윤완준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신문 보지 말고 극우 유튜브 보라 한 尹」 칼럼에서 “지난해 총선이 보름도 안 남은 3월 말. 윤석열 대통령은 여권의 한 인사에게 텔레그램을 보냈다. ‘한일관계 정상화, 화물연대 대응, 민노총 건폭 혁파, 노조회계 투명화, 사교육 카르텔 혁파, R&D 혁신 구조조정, 늘봄학교 추진….’ 그는 자신이 성과라고 생각한 일곱 가지를 나열한 뒤 여덟 번째로 ‘의료개혁 의사 증원’을 거론했다. 그러고선 ‘모두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익과 국민만 보고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윤 논설위원은 “여권 인사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선거 뒤 원칙대로 가는 방법도 있으니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조심스럽게 답했다”며 “‘그런 식으로는 (선거) 못 이겨요. 신문 보지 말고 민심을 들으세요.’ 돌아온 건 윤 대통령의 짜증 섞인 답글이었다. 놀란 그가 ‘죄송하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권력 지향 행각과 왜곡 선동이 도를 넘었지만 일반 민심을 봐야 한다’는 강변을 이어갔다”고 했다.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이 말한 민심은 ‘극우 유튜브’라고 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고문은 “요즘 신문 안 보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 안다(그것도 자유지만 나는 안 보는 분만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며 “끊임없이 공부하면서도 신문 꼼꼼히 보기로 유명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히 사설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월1일부터 12·3 사태 전까지 동아일보 사설 제목만 훑어봐도 대통령이 이 지경까진 안 왔을 게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신문 사설을 안 보는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순덕 고문은 “우리 신문 사설이 대통령만 비판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해서도 따박따박 썼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지금은 대통령 다 된 모습이다. 문득 정신을 차렸는지 그가 당 지도부에 대고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이렇게 나오는 정확한 이유를 분석해 달라’고 했다는 기사가 동아일보 22일자에 났다”며 “참내. 이재명 역시 신문도 안 보는 게 분명하다. 18일자 우리 사설엔 정답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 「39% 대 36%… 홀로 과속하다 지지율 역전당한 野」 사설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사이 대통령의 망동을 막아낸 국회 권력으로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민주당은 불과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추락을 가속화한 것은 일방적 독주와 독선적 오만이었다”며 “지난달 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이래 야당 지지율은 상승세로, 야당은 내림세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민심 안정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일부 인사들은 ‘총 맞더라도’ ‘사형당할 테니’ 같은 극언까지 쏟아냈다. 거기에 이재명 대표의 2심 재판을 늦추려던 모습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지난 18일 동아일보 사설.
▲지난 18일 동아일보 사설.

김순덕 고문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제발 사설을 보시라”라며 “작년 총선 승리 뒤 이재명은 제왕적 대통령 뺨치는 제왕적 총재체제로 당을 사유화했다. 우리 사설은 총선 다음날 「야, 절제된 입법권 행사로 수권 능력 보여줘야」 촉구했지만 헛수고였다”고 했다. 김순덕 고문은 “참다못해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때렸다고 쓰고 싶진 않다. 어떤 이유로도 무장군인을 동원한 걸 용납할 순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야당이 지금의 민주당처럼 사사건건 발목잡기로 나선다면 어쩔 건지 묻고 싶다(어쩌면 그는 계엄 없이도 계엄 같은 공포정치를 할 수 있을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했다.

끝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다시 한번 사설을 읽어달라고 강조했다. 김순덕 고문은 “어떤 측근도, 심지어 충신도 대통령에게 ‘NO’ 하긴 어렵다고 한다. 격노와 버럭이 일상인 윤석열 앞에선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걸 두려움 없이 업(業)으로 하는 이들이 논설위원이고 그 결과가 신문 사설”이라며 “이재명도 괜히 당 지도부나 괴롭힐 게 아니라 이제라도 사설을 읽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관련 기사 : 尹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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