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람은 얼마큼 궁지에 몰려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할까.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궁지로 몬 사람들은, 그것이 상대에겐 사지(死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물론 직접적으로 죽음을 원하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죽음을 불러오는 계기로 작용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테다.
지난해 9월, 갑작스레 사망 소식을 알린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실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얼마 전 비밀번호가 풀린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정도 되는,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그 안에 관련 내용이 확인되었고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유서에서 그녀는, 함께 일했던 기상캐스터 중 몇몇에 받은 괴롭힘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여기에 생전 전화 통화 내용과 메신저 속 대화 곳곳에서 찾은 흔적이 더해졌는데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감과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황이 여러 차례 발견된 것이다. 이제 단순한 의혹을 넘어 심각성을 느낀 유족 측은, 해당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이 속한 방송국 또한, 오요안나의 유족들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면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니, 곧 베일에 감춰져 있던 진실이 제 윤곽을, 선명한 생김새를 드러내리라 기대해 보는 바다. 아울러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수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더욱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했을 고인의 한이 얼마간 풀어질 수 있기를. 해당 방송국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속히 해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 사건을,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 사건의 진상에 포인트를 맞추기보다 관련된 방송국을 걸고넘어지는 데 혈안이 되어, 도리어 사건의 논점을 흐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보로 애꿎은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유족 측이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죽음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다루기로 결심하고 소송을 제기한 만큼, 방송국은 단 하나의 의혹이나 의뭉스러운 점도 놓치거나 빠트리지 않고, 성심성의껏 조사에 착수하여 다시는 동일한 비극이 나오지 않게끔 제동을 걸어주는 본이 되어 주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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