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법칙은 자동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전기차는 저렴한 유지비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본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자동차가 존재한다.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전기차에 버금가는 효율성은 물론이고 충전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또 전기차 대비 낮은 찻값은 하이브리드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부분을 모두 해소한 것이다.
이번에 시승한 BMW 530e M 스포츠 패키지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델이다. 아니, 세 마리 토끼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전기차의 효율성, 비교적 저렴한 초기비용, BMW만의 주행 감각까지 모두 챙긴 까닭이다.
친환경차 답지 않은 역동적인 외모
멀리서 보기에 530e는 다른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다. 뒤에 붙은 배지, 옆구리에 달린 충전구를 보기 전까지는 내연기관 5시리즈 혹은 전기차 i5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과거 친환경차라는 태생을 드러내기 위해 티를 내지 않은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특히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까지 더해져 있어 한층 멋스럽다. 530e M 스포츠 패키지는 일반 모델과 달리 근육질의 범퍼와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M 전용 휠, M 배지는 역동성을 한층 강조한 모양새다. 이 요소들은 BMW의 최신 디자인 언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굵은 캐릭터 라인을 통해 완성한 근육질의 인상은 530e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각진 범퍼와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조명이 BMW 아이코닉 글로우는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층 스포티한 감각이 뛰어나다. 측면은 역동성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면을 강조한 디자인에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 라인을 더해 완성했다. 특히 C 필러에는 BMW 디자인 헤리티지라 할 수 있는 호프마이스터 킨크가 적용됐으며 숫자 5를 음각으로 새겨 존재감과 차별성을 더했다.
강렬한 인상은 측면을 타고 후면으로 넘어오면서 희석되는 느낌이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범퍼 하단에 넓은 디퓨저 등을 적용해 시각적 안정감이 높다. 고조되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전면에서 시작해 측면, 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차체가 한층 커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신형 5시리즈는 이전 세대 대비 길이는 95밀리미터(㎜) 늘었고 너비와 높이는 각각 30㎜, 35㎜ 증가했다. 휠베이스 역시 20㎜ 늘어 동급 경쟁 모델 대비 긴 편이다.
530e M 스포츠 패키지는 시각적 즐거움만 주는 건 아니다. 모든 디자인 요소가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5시리즈는 이전 모델과 달리 매끄러운 디자인을 적용해 0.23Cd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화려하고 넓은 실내, 일반 5시리즈와 같아
화려한 인테리어 역시 일반 5시리즈와 다르지 않다.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부분 등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요소만 다를 뿐이다. 이 외에 실내를 감싸는 크리스털 앰비언트 라이트, i드라이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물리버튼을 극도로 줄인 구성 등은 일반 5시리즈와 동일하다.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 역시 동일하게 적용됐다.
굳이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최소한의 물리 버튼만 남겨둔 구성이다. 심미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충분하지만 사용성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센터패시아에 마련된 물리 버튼은 비상등 점등 버튼과 송풍구 방향을 조절 버튼뿐이다. 사용 빈도가 높은 시트 온도 조절 기능과 공조장치 기능 버튼 정도만 마련했어도 만족도는 높아질 것 같다. 오디오 음량 조절 버튼은 변속 레버 쪽에 자리하고 있다.
휠베이스가 20㎜ 늘어난 덕분에 2열 공간은 매우 쾌적한 수준이다. 패밀리 세단, 비즈니스 세단의 대명사로 불릴만한 수준이다. 1열 시트를 B필러를 기준으로 맞추면 성인 남성이 편히 앉아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이 외에도 USB C-타입 충전 포트와 컵홀더가 내장된 팔걸이 세단 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시트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경쾌한 움직임, BMW면 친환경차도 달라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여느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엔진은 꼼짝하지 않고 전기 모터로만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특히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 내는 오묘한 소리를 들으며 주행할 때는 i5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차체 바닥에 깔린 18.7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와 184마력의 전기모터의 매력이 상당하다. i5에 비하면 초라한 용량이지만 전기모터로만 최고시속 140㎞까지 달릴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는 모자람이 없다. 또 EV 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이전 대비 62% 늘어난 73킬로미터(㎞)라 준 전기차나 다름이 없는 수준이다.
전기모터와 합을 맞추는 엔진은 직렬 4기통 2.0리터(ℓ) 가솔린 터보로 19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두 유닛이 내는 시스템 출력은 299마력, 45.9킬로그램미터(㎏·m)다. 300마력에 달하는 힘은 어떤 순간에도 여유롭게 차체를 밀어낸다. 특히 전기모터가 초기 발진을 담당해 터보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두 유닛이 바퀴를 굴리는 상황에서는 고성능 세단 못지않은 가속 성능을 보인다.
정숙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모터로 주행 시 작은 소음도 크게 느껴지는데 530e는 그렇지 않다. 전기모터로 주행 시에도 실내는 고요하다. 엔진을 팽팽히 돌려도 정숙성은 유지된다. 엔진의 진동은 물론 소음이 실내로 파고드는 일이 없다. 하부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제대로 틀어막은 느낌이다.
주행 감각은 다분히 BMW답다.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무게가 늘어 주행 성능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모두 끌어다 쓰면 배터리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뿐하게 속도를 높인다. 조향 감각은 날카롭다. 운전자가 의도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높은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차체 거동이 불안하지 않다. 도리어 코너를 자르고 들어가는 느낌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과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도 그렇다고 내연기관차도 아닌 어정쩡한 차 그 자체였다. 하지만 530e는 이 같은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기 충분한 차다. 전기차의 장점이 효율성, 두 유닛이 발휘하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 모두를 느낄 수 있다. 마치 ‘1+1’ 상품을 구입한 느낌이다. 내연기관차는 벗어나고 싶지만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530e M 스포츠 패키지는 현명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