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펑고 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네…”
한화 이글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멜버른 에이시스의 홈 구장에서 훈련을 하다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구단 유튜브 채널 Eagles TV가 지난 25일 선수단의 자율훈련 모습을 담았다.
우선 김경문 감독이 그라운드 곳곳을 돌며 훈련환경을 점검했다. 한화는 2년 연속 이곳으로 왔지만, 김경문 감독은 2018년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 이후 무려 7년만의 스프링캠프 지휘다. 한화와 멜버른이 함께 투자해 불펜 시설을 개선하기도 했다. 기자가 작년에 현장 취재를 했을 때 지붕이 없었지만, 이번에 생긴 듯하다.
선수들이 알차게 몸을 풀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활동기간이 공식적으로 24일에 종료됐고, 25일부터 지도자 어드바이스 속에서 단체훈련이 가능하다. 한화는 여유 있게 멜버른에 들어가 밀도 높은 훈련을 할 준비를 마쳤다.
영상 막판에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역시 류현진의 수비코치 변신이다. 자신의 훈련이 끝나자 타자들이 타격훈련하는 메인 그라운드로 넘어와 “노시환, 홈런레이스 한번 해?”라고 했다. 그러더니 펑고배트를 받아들고 갑자기 수비코치로 변신했다.
류현진이 펑고를 처음으로 친 순간 내야 그라운드에 1명의 선수만 있었다. 한 선수가 간발의 차이로 타구를 놓치자 “아~~~”라면서 안타까워했다. 펑고가 계속되자 어느덧 많은 선수가 내야에 대기하고 있었다. 류현진은 전력을 다해 펑고를 쳤다. 땅볼, 라인드라이브, 뜬공 생산까지 좋은 실력을 뽐냈다.
류현진은 갑자기 Eagles TV 제작진을 쳐다보며 “편집”이라고 했다. 그러나 펑고배트를 쥔 에이스의 모습을 날릴 정도로 센스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류현진도 구슬땀이 나오기 시작했고, 수비훈련은 점점 긴장감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정말 코치가 된 듯 “똑바로 안 던져?” “잡아” 등을 큰소리로 외쳤다. 제작진에게는 “야, 이게 펑고 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네”라고 했다. 보통의 배트보다 길이가 길고 무겁다. 류현진은 야수들의 훈련도 도우면서 코치들의 마음까지 알 수 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류현진이 자기 야구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했다. 투수의 경우 자신의 운동이 끝나면 짐을 싸서 숙소로 돌아가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류현진은 굳이 야수들의 훈련을 돕고 소통도 했다.
정식으로 훈련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볼 수 있던, 독특한 하루였다. 어쨌든 류현진도 엄연히 선수이니, 당분간 정식으로 펑고배트를 잡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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