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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의결을 둘러싸고 법원들의 여러 판단이 있었다. 주된 쟁점은 2명의 위원 만으로 의결하는 ‘2인 체제 결정’이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13조 제2항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써있는 말 그대로를 단순하게 보면 재적위원의 수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적위원이 1명이나 2명 뿐이라면 ‘여러명이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설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서 법 해석의 논란이 시작되는 것이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보자.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일련의 판결에서 ‘2인 체제 결정’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2024. 10. 17. 선고 2024구합46245, 2024. 12. 10. 선고 2024구합54829, 2024구합54409 판결) 각 판결은 공통적으로 방통위가 MBC에 대해 내린 제재 처분을 취소하며 ‘합의제 행정기관 의사 결정의 절차적 하자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외형상 법령에서 정한 절차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상 그 절차가 합의제 행정기관의 존재 의미를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성격, 관계 법령의 문언 및 체계 등을 종합하면, 2인 체제 결정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존재 의미를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형식적’인 절차밖에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문언에도 불구하고’ 2인 체제 결정의 절차적 적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논리에 따르면 방통위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에서는 최소 3인 이상 구성원의 존재와 그 출석 기회가 부여될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는 2025. 1. 23.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면서 서울행정법원과는 다른 해석론을 법정 의견으로 정했다. 즉,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문언에 따른 해석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법규범의 해석을 할 때 ‘그 말의 뜻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서울행정법원의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취했다.
헌법재판소는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한 취지에 따르면 5인의 위원이 모두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2인 간에도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이 가능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해야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입법취지로부터 반드시 ‘위원 3인 이상’을 요구하는 법해석이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다만, 그 취지에 따르더라도 ‘1명’의 위원만으로 어떤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보이므로 나름대로 문언을 제한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법정의견과 같은 수의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대의견은 서울행정법원의 견해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무엇일까?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이 법원에 속하고 법원 중 최고 법원은 대법원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법률해석권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귀속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그리고 헌법소원심판 등에서 독자적 권한을 가지며, 이러한 고유권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률해석이 수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도 그 권한 범위 내에서 법률해석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서로의 해석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원 및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를 아울러 넓은 의미에서 ‘법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법원에 속하는 기관들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은 상황에서 국민은 아직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의 의미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간단한 문장의 법적 의미를 규명하는 것에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해석이란 이처럼 어려운 과제임을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을 둘러싼 논쟁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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