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T 위즈에서 한솥밥을 먹던 강백호(26)와 박병호(39, 삼성 라이온즈)가 연봉 협상에서 극명한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1년 뒤 FA 시장을 생각하면 KT와 강백호, 삼성과 박병호 모두 밑지는 장사를 한 게 아니다.
삼성은 24일 박병호의 연봉을 3억2000만원으로 발표했다. 2024시즌 연봉 7억원에서 46% 삭감됐다. 얼핏 이해가 안 된다. 박병호는 2024시즌 KT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 왔다. 120경기서 타율 0.231 23홈런 70타점 52득점 OPS 0.782를 기록했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46%가 삭감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엔 박병호와 삼성을 둘러싼 특수한 상황이 감안됐다고 봐야 한다. 박병호는 2021-2022 FA 시장에서 KT와 3년 30억원 계약을 맺었다. 2024시즌은 이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올 겨울 삼성과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거나, 단년계약을 맺어야 할 상황. 삼성은 자신들의 연봉고과 시스템에 따라 3억8000만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박병호로선 자존심이 상할 이유가 없다. 올 시즌을 잘 치르면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는다. 4년 전에도 35세가 넘어가면서 C등급이었고, 내년 FA 시장에서도 역시 C등급이다. C등급은 이적할 때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전년도 연봉의 150%를 적용 받는다.
즉, 1년 뒤 박병호를 FA 시장에서 데려가는 팀은 삼성에 5억7000만원만 내주면 된다. 이적 장벽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면 수요가 높아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몸값도 높아질 수 있다. 참고로 KT가 4년 전 박병호를 영입할 때 키움 히어로즈에 내준 보상금은 22억5000만원이었다. 박병호의 2021시즌 연봉이 15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강백호도 흥미롭다. 2022~2023년에 잇따라 부진했지만, KT는 2024년 연봉을 2023년처럼 2억9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리고 2025시즌 연봉으로 무려 7억원을 안겼다. 강백호는 2024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0.289 26홈런 96타점 OPS 0.840으로 부활했다. 포수까지 보기 시작하면서 가치를 더 올렸다.
구단 역대 최다 인상액(4억1000만원)과 최다 인상률(141.4%)이 마침맞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살짝 과하다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박병호처럼 내년 FA 시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우선 KT는 올 시즌 연봉 7억원을 안기면서, 강백호는 최근 3년 연봉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하는 FA 시장에서 A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KT가 심우준과 엄상백을 고심 끝에 포기한 것도 강백호에게 올인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KT로선 최악의 경우 국내 타 구단에 강백호를 내줘도 최대치의 보상을 챙길 수 있게 됐다. A등급 보상은 보호선수 20인 제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 혹은 전년도 연봉의 300%다. B등급은 보상선수부터 보호선수 25명 기준으로 설정된다.
강백호로서도 몸값과 가치를 더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1년 뒤 FA 시장에 나가면 100억원이 협상 출발점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올해 연봉 인상을 통해 이미 FA 전쟁도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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