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연장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드는 비용을 전부 시도교육청이 부담할 위기에 놓이자 수도권 교육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연장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 주도로 통과된 해당 법안은 이번으로 세 번째 거부권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2019년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면서 이에 필요한 비용의 47.5%를 국가가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것을 3년(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다.
고교 무상 교육은 수업료와 교과서 비용, 학교 운영 지원비 등을 전액 면제해 주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였다.
윤석열 정부는 특례 조항이 종료되는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각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고교 교육은 본래 교육청 업무이며,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무조건 할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에 따라 교육청이 모든 비용을 분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삼권 분립 위반 등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국익과 미래 대비에 반하는 경우, 재원 여건 등의 이유로 그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혔다.
이 중에서도 최 권한대행은 재원 여건을 강조해 언급하며 “이처럼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의 경우 국고 지원을 입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국회에서 충분한 정치적, 정책적 협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올해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72조3000억원을 지방교육재정에 교부하는 점을 들어 “지방교육재정을 내실 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 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 교육 학예 사무는 지방교육 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교육청의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일몰 기한을 연장해 국고 부담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과 시도교육청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크게 반발했다.
전날 서울에서 서울시 정근식 교육감, 인천시 도성훈 교육감, 경기도 임태희 교육감 등 수도권지역 교육감 3명은 ‘수도권 교육감 간담회’를 개최해 고교 무상교육 등 긴급 교육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인공지능(AI) 교과서 ▲다문화 교육 및 특수교육 등의 주요 안건이 다뤄졌다.
이들 교육감들은 간담회에서 합의안을 마련해 “고교무상교육 재정의 일방적 일몰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기로 입을 모았다.
다만 법안이 폐지되더라도 당장 올해 1학기부터 고교 학부모들이 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이 고등학교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은 무상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교육청별로 추가로 지급해 왔던 9447억원 규모의 국고 분담액(증액교부금)을 시도교육청이 받지 못하게 되며 각자 예산으로 편성한 다른 사업의 재원에 지장이 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통과시킨 초·중등교육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AI(인공지능)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오는 3월 새 학기까지 약 한 달이 남은 시점에 교육계의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교육부는 해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갑작스러운 법적 지위 변동으로 학교 현장 등에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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