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발견되지 않은 양자 애플리케이션들이 많다. 하드웨어 성능이 높아지면 활용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얼마가 걸리더라도 우리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시모네 세베리니(Simone Severini) AWS 양자기술 디렉터는 24일 서울 강남구 AWS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AWS는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슈퍼컴퓨터 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특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돕는 형태로의 활용 접근법을 제시했다. ‘아마존 브라켓’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에서 다양한 양자컴퓨터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자체적인 양자 컴퓨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방법
시모네 세베리니(Simone Severini) AWS 양자기술 디렉터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양자물리학으로 MRI나 트랜지스터 등 많은 것이 탄생했다. 21세기에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연산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물리학을 기본 원리로 하는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의 이해 없이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컴퓨터 대비 양자컴퓨터가 가지는 차별점은 ‘큐비트’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큐비트에 대해 “큐비트는 구 상의 한 지점으로 표현되며, ‘중첩’으로 0과 1사이 특별한 매칭이 공존 가능하다. 즉, 큐비트는 비트보다 훨씬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또한 ‘회로’가 필요하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실제 문제 해결에서는 디지털 컴퓨터의 논리 게이트에 중첩을 만드는 양자 게이트가 결합된 형태로 활용된다. 고전적 연산에 중첩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더 빠르게 실행되는 컴퓨터가 아닌, 더 풍부한 종류의 알고리즘 클래스를 가진 컴퓨터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흥미로운 이유로는 ‘특정 문제들을 기존 컴퓨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적은 게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양자컴퓨터가 효과적인 응용 분야로는 ‘양자물리학 자체를 시뮬레이션하는’ 유형이 꼽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화학, 재료과학, 핵융합 에너지, 핵물리학, 고에너지 물리학 등이 꼽혔다. 배터리나 반도체, 초전도체 연구 등도 잠재적인 양자컴퓨터 활용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양자컴퓨터가 모든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는 아직 프로토타입이다. 과학적으로는 흥미롭지만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시기는 언젠가는 되겠지만 언제일지 단언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의 실용화에 핵심은 ‘오류 수정’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중요한 문제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큐비트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문제에 따라 다르다’고 언급됐다. 물리학과 화학 등에서의 분자 시뮬레이션, 재료과학 등에서는 100큐비트 이상이면 가능성이 있지만 암호학 등에서는 6000큐비트 이상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아직 양자컴퓨터는 갈 길이 멀다. 많은 큐비트와 아주 많은 게이트를 갖춘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로는 ‘오류 발생’을 꼽는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현재는 1000번 양자 연산 중 1번 오류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목표는 1000억번의 양자 연산 중 1번 오류 수준까지 낮추고자 한다”며 “이 정도 수준의 달성을 위해 양자 컴퓨터에서는 오류 정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WS도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 구현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2021년 8월 ‘AWS 양자 컴퓨팅 센터’를 출범한 바 있다. 이 센터에서는 양자 컴퓨팅을 위한 이론과 하드웨어 기술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WS도 초전도체 기반의 자체적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부터 ‘오류 수정’ 측면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초전도체 기반을 선택한 이유로 “반도체 기술 기반에서 접근과 제어가 용이하고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아마존 브라켓, 양자컴퓨팅 기술을 클라우드와 결합
AWS는 이미 2019년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로 접근 가능한 양자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이 ‘아마존 브라켓’에 대해 “클라우드 근간 위에 양자컴퓨터가 제공되는 최초 사례이자 양자컴퓨터가 클라우드에 통합된 좋은 사례다”라고 말했다. 또한 “클라우드와 양자 컴퓨팅의 결합으로 양자컴퓨터 투자에 대한 리스크와 기술적 종속을 피하며 다른 컴퓨팅 리소스들과의 통합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브라켓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업체의 기술이 아닌 다양한 양자컴퓨터 기술 중 선택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아직 양자컴퓨터 관련 제작사들 중 스타트업 수준인 경우도 많다. 아마존 브라켓은 이러한 하드웨어 개발사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용법은 클라우드와 비슷하고, 콘솔에서 코드 한 줄만 바꿔서 구동할 양자컴퓨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브라켓은 현재 ‘탐색 및 학습’을 위해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마존 브라켓의 국내 사용 사례로는 서울시립대학교가 비선형 유체역학 방정식을 위한 양자 알고리즘 개발에 아마존 브라켓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기업들의 참여 방법으로는 AWS가 선보인 ‘고객 자문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현재 양자컴퓨팅의 병목 지점은 하드웨어”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양자 애플리케이션들이 많다. 하드웨어 성능이 높아지면 활용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통해 물리학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산업들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가 걸리더라도 우리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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