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의 그린벨트 내 파크골프장 설치 허용 등 규제 완화 정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수요 감소와 환경 훼손 우려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민 불편 민생규제 개선 과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4대 분야 총 38건으로 이뤄진 개선과제에는 구체적으로 ▲난자·정자 채취·동결 시 배우자 동의요건 삭제 ▲보훈의료대상자 치매 치료비 지원 범위 일반병원까지 확대 ▲장애인 고용부담금 산정기준 합리화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기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4대 분야 중 ‘지역주민 생활여건 개선’에서는 ▲그린벨트 내 파크골프장 설치 허용 ▲그린벨트 내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신고제로 변경 ▲아파트·상가 등에 무단 방치된 자전거 처분 활성화 등이 담겼는데, 이 가운데 ‘파크골프장 설치’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니 골프’로도 불리는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잔디 위의 홀에 넣는 운동으로 국내 50~6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은 현대 스포츠다. 한 홀의 길이가 40~100m로 짧아 일반 골프보다 규모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파크골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역 주민과 중장년층의 여가 증진 및 생활만족도 향상을 위해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나섰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17개 시도 파크골프장 시설 공급과 파크골프 수요 분석’에 따르면 전국 파크골프장의 주민 참여율과 시설 이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 수는 2020년 231개에서 2023년 337개로 45.9% 증가했다. 특히 경상남도에서는 20개에서 51개로 155% 증가했고, 경기도는 66.7%(12개→20개), 경상북도, 강원도, 전라북도 등이 40% 이상의 증가율이 나타났다.
그러나 전 연령대에서 파크골프 참여 경험 비율은 낮아지고 있었다. 먼저 파크골프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인 40~70세 이상의 골프 참여 비율은 2020년 4.5%에서 2022년 9.3%로 증가했으나 2023년 5.3%로 다시 감소했다.
보고서는 “생활체육 현황과 마찬가지로 2022년의 급증은 아마도 팬데믹 이후 실외 활동 의 관심 증가나 특정 정책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2023년에 이르러 2020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파크골프장 공급이 폭발적인 수치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시민들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어 시설이 방치되거나 재정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공공 녹지 공간을 체육 시설로 전환하는 것은 환경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며 파크골프장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파크골프를 즐기는 연령층이 제한적이라며 정부가 무분별하게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기보다 체계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연합 최영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상황이나 주민들의 성향에 따라 파크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다른데 지자체들은 지속적으로 유입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크골프장이 일반 골프장에 비해 환경 파괴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린벨트처럼 녹지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던 공간을 체육 시설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연령층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우후죽순 파크골프장을 짓기보다 행정에서 체계적으로 수요 관리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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