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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늘린 우리 기업, 로비금액도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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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 정관계에 대한 로비 금액도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 의사당 취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 의사당 취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공급망 재편 정책에 맞춰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새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하느라 미국 정부와 의회를 접촉할 일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12·3 계엄 사태로 우리 정부의 통상·외교가 공백 상태에 처한 점도 재계의 대미 로비 수요 확대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 신고 내용을 보면 삼성그룹은 2024년  698만달러(약 100억3천여만원)를 대미 로비에 썼다. 이 금액은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삼성SDI, 이매진 4개 기업 지출을 합산한 액수다. 

로비 신고 내용을 집계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Open secrets)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대미 로비액은 2021년 372만달러, 2022년 579만달러, 2023년 630만달러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이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삼성의 로비는 지식재산권, 한미관계, 국방수권법,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반도체법, 통신 정책, 공급망, 양자·다자 무역 정책,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정책, 세제, 이민, 디지털 격차 등 광범위한 의제가 포함됐다.

삼성은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마크 리퍼트 미국 법인 대외협력실장(부사장), 산업부 관료 출신 권혁우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 상무 등을 대미 로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연합뉴스)
(표=연합뉴스)

SK그룹은 지난해 559만달러(약 80억3천여만원)를 써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대미 로비에 지출했다.

한데 SK그룹은 2021년에 이보다 많은 612만달러를 대미 로비에 썼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이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제품 수입 금지를 막으려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집중 로비를 벌인 때였다. 

SK그룹의 2024년 로비 활동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공급망 정책, 반도체 투자, 반도체법, AI, IRA, 전기차, 청정에너지, 제약 등에 관련한 것이다.

여러 분야의 정책과 연관이 돼 있어 로비 대상도 연방 상·하원,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국제무역청(ITA), 국가안보회의(NSC), 국가경제위원회(NEC),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교통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협상에 나서 각각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를 받게 됐다. 한데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비판하며 20일(현지시각) 출범한 트럼프 정부가 이를 지킬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도 대미 로비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328만달러(약 47억1천여만원)를 대미 로비에 썼다. 이는 현대차와 계열사인 기아차, 현대제철, 슈퍼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비를 합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비액은 2021년 291만달러, 2022년 336만달러, 2023년 323만달러로 최근 몇 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비 현안은 수소와 연료전지 정책 및 인프라, 전기차 인프라와 세제 혜택 정책, 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환경보호청(EPA)의 배출가스 규제, 커넥티드 차량 등이다. 

미국 의사당 서쪽 면에 지난 1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는 성조기가 걸려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미국 의사당 서쪽 면에 지난 1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는 성조기가 걸려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한화그룹은 2024년 현대차그룹보다 많은 391만달러(약 56억2천여만원)를 로비에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대미 로비액에서 한화그룹의 현대차그룹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현지 사업과 투자를 꾸준히 늘리면서 로비액이 2021년 64만달러, 2022년 90만달러, 2023년 158만달러로 가파르게 늘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패널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했다고 상원에 보고했다.

미국에서 태양광 공장을 운영하는 한화는 지난해 미국 정부에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IRA, 조선, 국방 예산과 관련한 로비도 펼쳤다.

한화는 지난해 미국 조선업체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방위산업 시장 진출을 두드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와 세금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 국익을 지켜내려면 기업별 해외 대관 업무를 뒷받침할 정상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뉴스프리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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