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유목민이던 저에게 드디어 정착할 수 있는 미용실을 찾았어요. 제 머리가 잘 뜨고 스타일이 잘 안 나오는 머린데 다운펌도 두피 안 상하게끔 케어 잘 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고객.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 둥지를 튼 ‘살롱드 뮤토’. 이곳의 원장은 서울 잠실 등 강남권 유명 헤어숍에서 실장을 지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열정 가득한 청년이다.
헤어숍 분위기는 모던하면서도 깔끔해 고객에게 안정감을 준다. 마치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한다. 특히 예약제로만 운영하다 보니 고객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특별 우대를 경험하도록 콘셉트를 정했다. 고객 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앳된 얼굴의 해인 원장은 올해 29세 된 청년 사업가다. 17세부터 경력을 쌓았고 내로라하는 업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숍에서 실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실력은 헤어숍 한쪽을 메운 각종 상패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인 원장은 2022~2024년 3년 연속 KCIA 한국소비자평가산업 우수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이 상을 3년 연속 받는 헤어디자이너는 극히 드물다. 매년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전체 헤어디자이너 중 상위 0.2%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상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AHF 아시아 헤어페스티벌 베스트 디자인(Best design) 상을 받는 등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이를 증명하듯 ‘살롱드 뮤토’를 다녀간 고객이 평가한 네이버 평점은 무려 4.97점이다. 약 500명이 매우 만족한다는 리뷰를 달 정도다.
강남권에서 소위 잘나가던 해인 원장이 연고가 없던 가평군 현리에 둥지를 튼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주말도 없이 파김치처럼 일만 하던 막내딸을 염려해서다.
사회복지사인 어머니는 가평 조종면에 있는 꽃동네에서 일을 하셨다.
해인 원장은 “사는 곳은 남양주이지만, 어머니께서 꽃동네에서 일하실 때 가평이 너무 좋으셨나 봐요. 이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을 추천해 줘 가평과 인연을 맺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조언에 이어 해인 원장의 경험도 현리를 택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해인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숍을 오픈했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MZ 고객 대다수가 헤어 관리를 위해 잠실이나 강남으로 향했죠. 주 고객층인 MZ 세대의 니즈를 충족하면 되겠다 싶어 역발상으로 현리를 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고객이 잠실이나 강남권을 찾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프리미엄 고퀄리티의 헤어 관리를 받게 하자는 것이었다. 게다가 관리비용은 크게 저렴하면서 최고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고 헤어 관리에 사용하는 샴푸와 재료, 약품 등은 모두 최상품을 사용한다. 기계 또한 최신 사양의 제품이다. 한마디로 잠실 숍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
그는 “이곳 현리에서 잠실 고객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현리에 살면서 헤어 관리는 제가 실장으로 있던 숍에서 받았던 단골이었죠”라고 귀띔했다.
해인 원장은 현리라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다.
주위에 군부대와 골프장 직원 등 MZ 세대가 많다는 점에 착안, 군인 가족에게는 커트 약 50% 등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해주었다.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삽시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현리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해인 원장의 이런 노력은 회원을 2200명으로 크게 늘렸다. 조종면 주민 4명 중 1명이 고객인 셈이다.
회원 중에는 서울은 물론 파주 문산 등 수도권 곳곳에서 찾을 정도다. 회원의 재방문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
해인 원장은 “잠실에서 일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해졌습니다. 부모님은 주변에 칭찬할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습니다. 특히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어서 힐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해인 원장은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준 지역과 주민 등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주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요양원 등에 미용 봉사를 다닌다.
또 꽃동네 어르신이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날에는 예약을 비우고 정성껏 관리해주면서 가격 또한 할인해 준다.
해인 원장은 작은 바람도 내비쳤다.
청년 사업가들이 지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바랐다.
해인 원장은 “사는 곳과 헤어숍이 다른 지역에 있다 보니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초기자본 등 청년 사업가들에게는 큰 부담이거든요. 지자체와 나아가 정부에서 이런 정책을 조율, 청년에게 많은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평=글‧사진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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