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묵직한 질문이다.
그는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저 대통령님 좋아했습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근데 그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홍 전 차장이 말한 ‘명단’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저녁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지시한 체포 명단이다.
홍 전 차장에 따르면, 당시 체포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명단을 받아적던 홍 전 차장은 ‘말이 안 된다. 미친X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는 메모를 하지 않았고 지시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계엄 해제 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홍 전 차장은 곧바로 국정원 1차장에서 해임됐던 바.
22일 청문회에 출석한 홍 전 차장은 체포 명단과 관련해 “예를 들어 위원장님(내란 국조특위)이 집에 가셔서 편안하게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TV 보시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서 수갑 채워서 벙커에 갖다넣는 것”이라고 비유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 어디? 북한 보위부.”
뒤이어, 홍 전 차장은 “국가의 핵심 정보기관인 국정원에서 ‘비상 상황’이라는 정보 판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규식 에디터 / kyusic.seo@huffpost.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