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22일 최초의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투약이 증가하고 마약범죄가 지능화되는 상황에서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근절에 힘을 실어 온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마약류 이용이 확산하면서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첫 번째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릴 만큼 마약 문제와 거리가 멀었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총 2만7,611명으로 2022년 1만8,395명 대비 약 50.1%가 증가했다. 특히 20·30대의 마약 투약은 심각하다. 지난 2023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20·30대는 전체의 54.6%인 1만5,051명을 기록했다. 10대의 경우 지난 2022년 2.6%(481명)에서 2023년 5.3%(1,477명)로 증가했다.
정부는 비대면 플랫폼의 발달로 예전보다 마약 거래가 간편해졌다는 점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번 대책을 통해 지능화한 마약범죄 수사·단속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온라인 마약 유통 관련 전담수사팀을 보강하고, 해외 IT 기업들과 수사 공조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한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점조직 형태의 마약류 유통망을 파헤치기 위해 위장수사도 제도화한다. 수사 과정에서 조직 정보를 제공한 자에게 지급하는 마약류 보상금을 확대하고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약범죄의 경우 대표적 암수범죄로 내부자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들의 협조를 끌어낼 유인책을 마련해 수사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 마약 중독자 ‘맞춤 치료’도 지원
해외에서 유입되는 마약을 막기 위해 통관검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은 총 787kg으로 약 2,6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이렇게 유입되는 마약의 중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에 148kg였던 마약 적발 중량은 2021년 469kg, 2022년 624kg, 2023년에는 769kg로 크게 늘었다.
이에 정부는 여행객과 화물, 국제우편 등 유입경로별 적합한 검사방식을 도입해 불법 마약류 적발률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 마약 발송국에 수사관을 파견해 국내 유입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생산·유통 거점 국가 및 국제기구 등과 정보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가 마약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기준을 마련해 의료용 마약류가 마약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불법·유해 정보를 상시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미성년 마약류 투약사범은 치료보호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중독 초기부터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마약 유통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약 중독자의 치료를 돕는 데도 힘을 실었다. 우선 마약 중독 관리 대상을 조기 발굴해 관리하고 중독상태별 전문 치료기관을 구분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투약 약물과 중독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진료지침과 재활 기술을 개발하는 등 마약류 중독자의 일상 복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토대로 2025년 시행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마약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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