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 국내 패션·뷰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와 관세 인상 등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패션·뷰티업계는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외수입청(ERS) 신설을 공식화하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특히 다음 달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수입 뷰티 제품에는 10% 보편 관세를 추가로 매길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보호무역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주요 화장품·패션 기업들은 신년사에서 이미 위기감을 드러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글로벌 소비자 요구와 기대가 더욱 세분화되고, 내수 시장은 침체가 지속되는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19억달러였다. 중국(2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1기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처럼 대한민국 현재 상황에 국한한 이슈로 압박을 가해 당시 화장품 업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2기 트럼프 정부는 중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션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원화 가치 약세),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패션업계 특성상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의류 제조업체들의 경우 원부자재 조달 비용이 20~30%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위기감은 주요 기업들 올해 사업계획에도 반영되고 있다. 대형 패션기업들은 올해 재고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면서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 라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기 어려운 중소 브랜드는 대신 유럽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잉크(이혜미), 리이(이준복), 므아므(박현) 연합 패션쇼를 열어 캐이(K)패션을 소개했다. 주요 패션·유통그룹들도 잇따라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공급망 재편 계획을 발표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패션·뷰티업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무역 적자국 8위인 한국에 대해 더 거센 통상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FTA 재협상 시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산업이 새로운 통상 압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들은 수출국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패션·뷰티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주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 개발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 모색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현지 공장에 있어 관세 인상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미국 현지에 생산 설비가 없는 업체의 수주가 늘 가능성도 크다.
패션기업들 역시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친환경 소재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결과적으로 의류 공급망의 탈중국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동남아시아와 중미 지역에 주요 생산기지를 둔 국내 패션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한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환 헤지(환율 위험 분산)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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