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인수한 영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의 흑자 전환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페치는 지난달 24일 가상 시착 체험 기술 회사 워너비(Wannaby Inc.)를 퍼펙트 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워너비는 온라인 쇼핑 시 증강현실(AR) 3D 뷰어를 이용해 상품의 세부 정보를 보는 기술이다. 발렌시아가,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30여개 유명 브랜드가 이용하고 있다.
파페치는 이 회사를 2022년 현금 24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17억원)와 주식 500만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이번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당 거래가 마무리되면 파페치의 정상화가 앞당겨지리란 분석이 나온다.
파페치는 전 세계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명품 기업이다.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가 작년 초 5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6500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만 해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30억달러(30조원)였지만, 쿠팡 인수 직전의 시가총액은 2억5000만달러(3200억원)로 부도 직전의 상태였다.
2022년 파페치의 영업 적자는 2022년 1조1680억원(8억4716만달러), 2023년 상반기 5600억원(4억643만달러)에 달했다. 결국 파페치는 2023년 하반기 상장 폐지 하고, 쿠팡에 인수됐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 후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8월에는 ‘파페치 플랫폼 솔루션즈’ 사업을 폐쇄했다. 이 사업은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에 기술, 물류 관련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쿠팡에 따르면 작년 3분기 파페치의 조정 상각전영업이익(조정 EBITDA)은 마이너스(-) 200만달러(약 27억원)로, 전 분기(31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2900만달러 줄었다. 파페치의 순손실은 지난해 1분기 1억1300만달러에서 3분기 4400만달러로 61% 감소했다.
당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파페치는 운영 효율성 향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이번 분기 그 마일스톤을 달성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파페치가 정상궤도에 올라가면 이를 활용한 쿠팡의 럭셔리 사업도 본격화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작년 10월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를 선보이며 럭셔리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알럭스는 쿠팡 애플리케이션(앱)과 별도로 운영하는 버티컬 앱(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으로 한 앱)이다. 쿠팡의 빠른 배송(로켓배송) 서비스는 유지하되 쇼핑 경험은 기존 쿠팡 앱과 차별화했다.
아직은 화장품에 국한됐지만, 업계에선 알럭스가 파페치와 함께 쿠팡의 럭셔리 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1위를 점하고 있지만, 패션과 뷰티, 럭셔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선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팡과 파페치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파페치 인수 주체가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모기업 쿠팡Inc인 만큼, 국내 플랫폼에 접목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쿠팡, 알럭스와 달리 파페치는 거래 대행 기반의 오픈 마켓으로 사업 구조가 다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파페치 인수 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를 빠르게 실현했다. 작년 4분기 흑자 전환을 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면서 “파페치와 쿠팡이 명품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보다 기술적인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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