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선 그어야’ 질문에 권성동 “지지하는 모든 국민 포용”
권영세, 유튜버 설 선물에도 당 안팎서 비판 여론 터져나와
“尹의 버티기 전략이나 극우적 시위대 폭력엔 선 그어줘야”
경제 어젠다 부재에도 아쉬움 속출…”전국민 끌어 안아야”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근 극우적인 움직임에 선을 긋지 않는 당을 향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적 지지의 자유는 보호해야 하지만, 최근 연이은 일부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 등에 대해 당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단 지적이다. 아울러 국정 운영을 되살리고 야권을 압도할 만한 민생·경제 정책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당 안팎에선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 흡수를 위해 당 지도부가 정치와 정책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극우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극우 진영이란 것이 어떤 의미로 말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리 당은 우리 당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을 다 포용하는 정당”이라며 “당은 또 당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행보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당이 극우로 치우진 지지자들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이들을 부추기고 있단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인 폭력사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의 근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난 47일간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성채로 삼아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시작했다”며 “이제 그 전쟁은 감방 안에서 계속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적은 바 있다.
해당 문구가 논란이 되자 김 전 최고위원은 “제가 십자군, 성전이라 비유한 것은 그런 의미로 쓴 문장일 뿐 이번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그런 뜻으로 쓴 글도 아님을 밝혀 드린다”며 문장을 삭제했다.
이에 당 안팎에선 당이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지금 점점 극우화 돼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이나 극우적인 시위대의 폭력이나 여기에 대해서 분명히 선을 그어줘야 된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이번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자기 유불리를 계산하면 안 된다”며 “폭력적 행위라든지 극우적인 어떤 집단적 행동에 대해선 단호히 선을 긋고 우리 당은 그들과 상관이 없다는 걸로 확실하게 결별하고 분리해 내야 되는데 그들을 마치 옹호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맞아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극우 유튜버들에게 김 선물을 보낸 역시 부적절한 처사였단 지적도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전 대변인은 지난 20일 CBS라디오에서 “권 비대위원장이 선물을 보냄으로써, 이분들은 거의 극우 유튜버에 가까운데, 그러면 이분들과 연대하고 싶어 하고 이분들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당이 간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겠느냐”라며 “이건 좀 더 심사숙고하고 결정하셨어야 하는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당이 살아나기 위해 극우 성향을 두둔하는 메시지보다 민생·경제 정책에 공을 들여 외연을 확장하려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가상자산 소득과세 유예와 같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면서, 민주당 등 야권이 곤란할 수 있는 어젠다를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반등을 오롯이 당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거나 오독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감 회복과 오만은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이라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국정 안정과 민생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 지도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윤 정부 들어서 가장 잘한 것이 외교·안보고, 경제 부분에 있어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현실”이라며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정책은 보수가 낫다는 이미지를 주고, 실제로 그런 효과를 내서 국민들의 마음을 녹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당 차원에서 민생 정책을 논의할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 당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활력민생 특별위원장을 맡은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가 굉장히 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돼야 하지만 그늘진 곳을 없애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통합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굉장히 새롭지만 깊숙이 들어온 사회적 아픔이라 생각한다”며 “국무총리실 안에 사회적 고립과 단절, 외로움을 다루는 대책단을 꾸려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하며 정책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조기대선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정당은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걸 지향해야 한다. 지금 효과가 있다고 한쪽을 자극하거나 해선 안 된다”며 “지금 당 지도부가 무슨 이유에서 저런 메시지를 내는지 이해할 만 하지만 향후 미래를 내다보면 폭력사태와 같은 부분은 선을 긋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아직 여당인 만큼 우리가 민주당에 앞설 수 있는 건 정책이란 걸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어젠다를 선점해야 국민들의 관심을 완전히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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