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국회의 탄핵소추 기각의 정당성을 직접 변론했다. 헌법재판관들에게만 ‘송구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탄핵심판 3차변론기일에 출석해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이 끝나자 “양해해주시면…”이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8분께 호송차를 타고 헌재에 도착했다. 호송차가 헌재 지하주차장으로 곧장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심판정을 통해 공개석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문 대행은 “말씀 잘 들었다”며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문 대행은 앞서 이날 재판에서 제출된 서면확인과 증거제출, 채택된 증거확인 등을 하겠다고 재판 진행순서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 불성립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갑근 변호사도 이날 헌재 출석에 앞서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밝히고 싶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비상계엄의 정당성이다. 비상계엄은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말씀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안 발의와 선거관리 시스템 부실 관리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민주주의 위기가 그 배경이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할 대통령의 책무에 의한 것”이라며 “비상계엄의 선포를 위한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물리적 전쟁 상황뿐 아니라 정치, 경제,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과 이로 인한 국정 마비와 혼란을 의미한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혼란을 가져오는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인단인 국회 측은 변론에 앞서 “대통령의 일관된 사법시스템 부정이 충격적인 폭동 사태로 이어졌다. 신속한 탄핵심판을 통한 대통령의 파면이 무너져가는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메시지를 낸 이래 일관되게 사법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지금까지 저질러온 이 사태에 대해 아주 깊은 성찰과 최소한의 반성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조그마한 기대도 해본다”고 지적했다. 소추위원인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언급하며 “제2의 폭동 사태도 걱정된다. 헌재도 폭동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많다. 헌재 경계 강화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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