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른바 대권 잠룡들의 행보가 시작된 분위기다.
잠룡들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12개 혐의에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대권 꿈도 날아간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시간표’를 앞당기는 이유다.
현재 이 대표를 제외하고 야권에서 거론되는 대권주자는 김동연·우원식·김두관·이낙연·김경수·김부겸 등이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앞선 혐의 중 한 개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대선 후보 교체는 현실화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잠룡들은 물밑에서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 용산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전직 원내부대표단과 부부 동반 저녁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된 날이다.
우 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대 국회 때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였다. 이날 참석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외에 민주당 박홍근·조승래·위성곤·유동수·강훈식 의원과 조응천·제윤경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만찬장에서는 조 전 의원의 건배사가 눈길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참석자에 따르면 조 전 의원은 만찬장에 인물들이 많다며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외쳤다고 한다.
‘소보로빵’은 이 대표를 ‘튀김 소보로’ ‘팥빵’은 우 의장, 김 전 지사 등 야권 잠룡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의원은 대표적인 반명인사다. 지난 총선 당시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강성 친명 지지자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 의장과 김 전 지사는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잠재적 경쟁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자로 평가 받는 만큼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만찬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모임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자 참석자들은 만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 잠룡 2명과 반명 성향의 의원이 만난 만큼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의 탄핵·특검법 남발로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포함한 다른 잠룡들의 움직임이 더욱더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이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잠룡들의 움직임이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임 전 비서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민주당,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안에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행세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며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 왜 안그랬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변해가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따뜻함을 잃어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며 이 대표와 이른바 친명 의원들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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