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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SWOT 분석, 영리한 차별화 VS 송혜교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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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 수녀를 연기한 배우 송혜교. 사진제공=NEW
‘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 수녀를 연기한 배우 송혜교. 사진제공=NEW

지금은 익숙하지만, 과학이나 이성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가 국내서 폭넓게 사랑받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극적으로 설득시킨 영화, 그 출발은 2015년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검은 사제들’이다. 이후 장 감독은 ‘사바하’와 ‘파묘’로 오컬트 열풍을 이어갔고, 이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가미해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작품들은 계속됐다.

다양한 소재의 오컬트 작품이 등장하는 가운데서도 언제나 중심은 ‘검은 사제들’이 꼽힌다. 그 전통성을 이어가는 영화 ‘검은 수녀들'(제작 영화사집)이 24일 개봉한다. 구마 사제들에서 주인공이 수녀들로 바뀌었다. 이들에겐 구마 의식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소년을 구해야 하는 수녀들을 누구도 가로막을 순 없다. 송혜교와 전여빈이 주연을 맡고 권혁재 감독이 연출한 ‘검은’ 시리즈, ‘검은 수녀들’을 SWOT 분석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 … 강력한 1편 잇는 강력한 2편 

‘검은 수녀들’은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바뀌었지만 ‘검은 사제들’을 기획한 제작진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 고유한 세계를 더욱 단단히 구축했다. 주요 설정은 ‘검은 사제들’과 닮아 있다. 세계관의 연결 덕분에 관객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가뿐하게 건너뛰고 곧장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검은 수녀들’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자, 성공한 시리즈를 잇는 후속편이 지닌 강력한 후광효과다.

영화에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믿는 신념을 뚝심으로 밀고 나가는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악령에 잠식 당한 어린 소년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위험한 의식을 준비한다. 그와 함께 하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는 과거 친구를 잃은 상처로 인해 강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 서로 닮은 듯 다른 이들은 같은 믿음을 품고 구마 의식에 나선다.

하지만 가톨릭에서 엄격히 금지된 수녀들의 의식은 영화 내에서도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소년이 잠시 입원한 천주교 병원의 의사인 바오로 신부(이진욱)는 의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구마를 반대하지만 유니아와 미카엘라 수녀의 의지를 막지 못한다. ‘검은 수녀들’은 그 과정에서 ‘검은 사제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가톨릭의 구마 의식을 다루면서 그 소재를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 ‘검은 사제들’과 달리 ‘검은 수녀들’은 과감하다. 이야기를 무속으로 연결해 확장하면서 악에 맞서는 인간들에 주목한다. 

수녀들은 몸에 악령이 숨어든 소년을 구하려고 무속인까지 찾아간다. 사진제공=NEW
수녀들은 몸에 악령이 숨어든 소년을 구하려고 무속인까지 찾아간다. 사진제공=NEW

● 약점 (Weakness) … 주연진과 감독의 변화 

아직 개봉하지 않은 ‘검은 수녀들’을 기다리는 관객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오컬트 명작’의 후속편에 거는 기대, 그리고 장재현 감독이 아닌 새로운 연출자와 새로운 주연 배우들을 향한 궁금증이다. 성공한 1편을 잇는 후속편이 응당 받을 수밖에 없는 시선이다. 과연 1편 만큼 재미있느냐이다. 

‘검은 수녀들’은 고유한 세계를 계승하고 변화도 추구하는 영리한 길을 걷는다. 수녀들은 서품을 받지 못하는 위치. 교단의 공식 인정을 받아 악령이 깃든 소녀의 구마를 시도했던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김윤석) 최부제(강동원)와 달리, 유니아와 미카엘라 수녀에게는 구미 의식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은 물론 교단의 시선에도 반하는 두 수녀의 위험한 행동은 모든 면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덕분에 긴장감은 더 팽팽하다. 

시리즈의 연결고리도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 12형상의 악령이다. 이번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들어가 더 악랄하게 괴롭힌다. 소년의 목숨이 위태로운 가운데 김신부와 최부제가 없는 상황, 수녀들이 앞장서는 이유는 단 하나 악에 맞서 소년을 구하기 위해서다. 수녀들의 행위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래도 공감하고 몰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동안 범죄액션 영화 ‘해결사’와 은퇴한 복싱 선수의 분투를 그린 ‘카운트’를 연출한 권혁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오컬트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 제작사로부터 ‘검은 수녀들’의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이렇게 신선한 기획이 있나” 싶었다는 감독은 “두 수녀가 연대하는 모습이 뭉클하고 좋았다”고 밝혔다. 출발부터 장재현 감독과의 비교가 불가피하지만, 고유한 색깔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스타일로 그만의 실력을 드러낸다.

과거 아픈 상처가 남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카엘라 수녀를 연기한 전여빈. 사진제공=NEW
과거 아픈 상처가 남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카엘라 수녀를 연기한 전여빈. 사진제공=NEW

● 기회 (Opportunity) … 다시 보는, 송혜교의 존재감 

‘검은 수녀들’은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의 완성도에 긍정적인 평가가 집중되면서 이번 설 연휴에 가장 유력한 흥행작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공개하는 영화는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대감의 반영 탓에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지만 ‘검은 수녀들’은 다른 양상이다. 맥스무비의 리뷰인 ‘포테이토 지수’에서도 83%를 기록하면서 “익숙한 재미에만 기대지 않은 새로운 재미를 위한 고민의 흔적” “‘검은 사제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속적인 요소를 끌여들여 친숙하면서도 참신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그 호평의 중심에는 송혜교가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기점으로 새로운 배우의 길을 작정한 듯 보이는 송혜교는 이번 영화에서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는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20여년간 자신을 대표한 로맨스와 멜로를 떠나, 어두운 세상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하는 작품에서 깊은 내공을 증명한다. 우리가 알던 그 송혜교가 아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신을 가로막는 이들을 일갈하는 모습에선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송혜교는 “오직 유니아 수녀만 생각하면서 촬영하는 3개월 내내 그 인물로 살았다”며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유니아 수녀처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수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몸에 악령이 깃든 소년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 '검은 사제들'이 신예 박소담을 발굴했다면 '검은 수녀들'은 문우진을 찾았다. 사진제공=NEW
몸에 악령이 깃든 소년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 ‘검은 사제들’이 신예 박소담을 발굴했다면 ‘검은 수녀들’은 문우진을 찾았다. 사진제공=NEW

● 위기(Threat) … 설 연휴 극장 관객 얼마나 될까 

이번 설 연휴에는 한국영화 4편이 개봉한다. ‘검은 수녀들’과 같은 날 신현준과 고 김수미가 주연한 코미디 ‘귀신경찰’이 관객을 찾는다. 22일에는 권상우의 코믹 액션 ‘히트맨2’, 27일에는 도경수와 원진아의 멜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한다. 코미디와 멜로의 사이에서 오컬트 장르로 차별화한 ‘검은 수녀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예매율에서는 단연 선두다. 21일 낮 12시 현재 ‘검은 수녀들’의 예매관객은 11만909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위인 ‘히트맨2′(5만7725명)를 가뿐하게 앞질렀다. 예매율 3위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의 3만9362명과의 차이도 분명하다. 하지만 6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하지만 전체적으로 저조한 예매율이 아쉬움을 남긴다. 과연 연휴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검은 수녀들’의 흥행이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사회 이후 형성된 긍정적인 반응, 주연 송혜교가 보이는 친근한 행보에 따른 호감 형성, 그리고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고 다시 등장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영화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검은 수녀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검은 수녀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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