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월요일 청양군 실내체육관에서 2025년 복싱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 합숙훈련이 실시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청양군청 정수연 감독과 연락을 취하고 홍성민 국민대 감독과 동행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현장에서 정수연, 홍성민 감독과 사무실에서 담화를 나눴다.
정수연감독은 1971년 논산 출신으로 논산 연무중 재학시절 연무대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부친 정백철 관장에게 복싱을 배웠다.
1944년 논산 출신의 정백철 관장은 복싱 불모지 논산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선수 육성에 매진 세계군인선수권 동메달 김종대를 위시 전일선, 윤태식, 이영기, 김기선(이상 한국체대), 이병장(용인대), 송순호(원광대) 안영복 김천구 등 기라성 같은 복서들을 대거 배출한 명성 높은 지도자였다.
필자는 정수현 감독의 부친인 정백철 관장님과 실로 오랜만에 통화를 하였다.
그분의 제자 중에 송순호라는 복서의 연락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LA 올림픽에서 복싱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신준섭과 함께 원광대 동기인 송순호는 필자와 함께 전북대표단 숙소에서 훈련을 마치면 기타를 치면서 어니언스의 「편지」를 즐겨 부르던 추억을 공유한 선배였기 때문이다.
정수연은 1991년 한정훈 사단의 대전체고 재학시절 이제현, 김승택, 신은철, 임재환, 고지수와 더불어 대전체고가 전국을 평정할 때 주역으로 활약하였다.
이후 용인대와 상무를 거치면서 한형민(한국체대), 조성근(목포대), 안동수(동아대)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자웅(雌雄)을 겨루면서 74회 전국체전 LW급 동메달, 75회 전국체전 LW급 금메달을 획득한 정통파 복서였다.
현역에서 은퇴후 청양군청 감독을 맡아 강단 있는 지도력을 발휘 종합 우승 1회 종합 2위 6회 종합 3위 2회를 기록 지도력을 검증받은 석사 출신의 지도자다.
잠시 후 정수연의 2년 후배이자 현 인천체고 임덕민 전임강사가 필자의 시야에 포착된다. 그는 20년 이상 필자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필자를 단번에 알아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1973년 인천태생의 임덕민은 필자의 지도자 원년인 1989년 그는 당시 인천 대헌공고 1학년이었다. 여담이지만 1973년생들은 한국복싱사상 최대어들이 대거 출현한 기념비적인 공포의 92학번으로 기억된다.
프로야구에도 73년생 92학번들인 박찬호, 임선동, 조성민, 손경수, 박재홍, 염종석, 차명주, 김종국, 박종호 등이 한국야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한국복싱도 마찬가지로 73년생 92학번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프로복싱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최요삼(용산공고)과 투타임 WBC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는 지인진(당곡고)을 비롯, 차관철(강원대), 이영록(전남대), 김승택(한국체대), 신은철, 임재환(대전대) 이광호(원광대)등 국가대표 핵심 선수들이 임덕민과 함께 주역으로 활동했다.
리드미컬한 스텝에서 독침처럼 찌르는 날카로운 카운터 펀치로 무장한 임덕민은 졸업반인 1991년 제2회 연맹회장배 LF급 8강전에서 난적 최규철( 성남 성인고)을 2회 13초만에 RSC로 꺾고 결승에서 고광묵(배재고)에 3회 50초 만에 RSC승을 거두고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어 2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한편 임덕민에게 8강전에서 패한 최규철은 1992년 9월 제24회 전국 선수권 (밴텀급) 결승에서 이날 필자와 동행한 홍성민(용산공고)에 판정패를 당한 묘한 인연이 있었다.
최규철은 이후 동아대를 거쳐 프로에 전향, 2000년 1월 WBA 슈퍼 페더급 챔피언 백종권의 타이틀에 도전해 12회 무승부를 기록한 바로 그 복서다.
한편 72회 전국체전에서 인천팀 전체(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유일한 금메달을 획득하고 1992년 서원대로 진학한 임덕민은 그해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된 프레올림픽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4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의 샤데 미르코에 판정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다.
결승전에서 임덕민은 오스트리아의 페덴에 예상을 뒤업고 판정패를 당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획득 국위를 선양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컵 국제대회에 출전 4강전에서 태국의 세계적인 복서 비차이 카드포와 일전을 벌여 근소한 차로 판정패, 동메달을 획득 그의 하이테크한 기술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기세가 등등한 임덕민은 1993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93. 범태평양 국제복싱대회에 (플라이급) 국가대표로 출전, 파죽의 4연승(2KO)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이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 선수상 (MVP) 을 수상한 LW 급의 김민기는 임덕민의 권투는 한마디로 공, 수. 주. 3박자가 조화를 이룬 종합예술품이라고 격찬했다.
이런 전력을 보유한 임덕민과 대화를 나누면서 체육관 주변을 살펴보니 경북체고 복싱팀 코칭스탭이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효건, 김성환 두 복싱 전임강사와 김상현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특히 김효건, 김성환 두 전임강사는 수년전 곽귀근 경북체고 감독 시절 필자가 운영하는 강동구 체육관을 내방을 한 적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복싱계 명장 곽귀근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북체고 감독을 맡은 김상현 교사는 복싱 인으로 드물게 황경섭, 이영록에 이어 사상 3번째로 교사 임용고사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 체육 교사로 임명된 자랑스런 복싱인이다.
FW1 프로모션 최완일 대표의 경북체고 1년 후배인 김상현 감독은 2021년 3월 경북체고 복싱팀을 맡아 대통령배 전국복싱선수권을 3연패를 달성 스승인 곽귀근 감독과 더불어 호부호자(虎父虎子)의 표본을 실증했다.
이번 동계훈련에 꿈나무로 참가한 경북체고 3학년인 LW급 송세영 선수는 올 고교랭킹 1위로 부각된 촉망받는 유망주다. 그는 중학 시절부터 천부적인 복싱 센스와 감각으로 소년체전 2연패를 달성한 떡잎이었다.
발군의 순발력과 총알 같은 스피드를 주무기로 송세영은 2025년 U19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한국복싱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상현 감독은 경북체고 재학시절인 1995년 경북 안동에서 개최된 제76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미들급)을 획득하고 경남대 상무를 거치면서 킹스컵 등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복서 출전이다. 필자는 유능한 지도자가 많아야 좋은 선수가 대량으로 배출된다는 평범한 상식을 숙지하고 있는 지도자다.
병법에도 「양(羊)」이 우두머리인 사자 떼는 「사자」가 우두머리인 양 떼를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는 철칙이 있다. 김상현 감독이 자신의 스승이자 복싱계 칭기스칸으로 불리는 곽귀근 감독의 역량을 뛰어넘는 청출어람(靑出於藍)한 복싱지도자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되돌아보면한국 아마복싱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다. 이유는 단 하나 신준섭, 김광선, 오광수, 문성길, 김기택, 박시헌, 이해정, 송경섭, 백현만, 김동길, 홍기호, 민병용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복서들이 대거 퇴진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비견하자면 정유재란 때 원균이 이끌던 우리 함선 160척이 칠전량 해전에서 일본에 참패를 당해 남해 일원의 제해권을 상실하고 달랑 12척의 배를 가지고 있었던 현실과 흡사했다.
이때 전열을 정비, 복귀전(명량해전)을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 같은 비장한 심정으로 국가대표 사령탑에 오른 지도자가 있었다. 이 지도자는 핵심 에이스들이 대거 빠진 공백을 이창환, 홍성식, 조인주, 정동환, 이훈, 조동범, 전진철, 유창현, 이승배 박덕규,양석진등 2진들을 집중 육성 이들을 바탕으로 제14회 북경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7체급 석권하는 등 4차례 종합 우승을 일궈내면서 명맥을 유지했다.
현재 한국 아마복싱은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달리면서 금메달을 쓸어 담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젠 국제무대에서 동메달 하나 획득하기 힘들 정도로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을 반전 시키기 위해선 한 아름의 나무도 티끌만한 싹에서 생기고 천리길도 한걸음 발밑에서 시작하듯이 힘들때나 어려울 때나 선수양성을 위해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 진중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복싱의 희망찬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도자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번 주 스포츠 칼럼을 마무리한다.
조영섭 복싱전문기자는 1980년 복싱에 입문했고 현재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 복싱인이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2018년 서울시 복싱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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