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기다린 여인이 있다. 버스를 기다린다면 버스는 온다. 89세에 이르러서야 명성을 얻어, 백세가 넘어서도 붓을 들었던 쿠바 출신이자 미니멀리즘의 거장 카르멘 에레라(Carmen Herrera, 1915-2022). 그녀는 직선의 아름다움만 생각하며 작업을 해왔다.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을 향한 그녀의 작품은 90세가 되기까지 꽃피우지 못했다. 2004년 첫 작품이 89세 팔렸다. 그리고 그녀 나이 101살, 뉴욕 휘트니(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다. 그녀는 말하길 “가장 단순한 회화적 결의”를 위한 탐구라고 표현하였다.
필자가 보기엔 그녀의 작업은 단단한 가장자리에 의해 화면이 구분되며, 시원하고 단순한 색깔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서사적 추상화이자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강하고, 발랄한 색채감이 자리한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하다. 어쩌면 특별한 느낌도 없다. 다만 혼란스러운 세상에 질서 정연한 예술을 보여내는 듯하다.
그녀는 시그니처(signature) 기하학적 추상화를 보여내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캔버스 형태까지 변형을 꾸준히 추구해 왔다. 동시에 단순한 색상으로 축소된 예술, 미니멀(minimal) 기하학의 작품을 이어가며 매일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무관심과 차별로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에서만큼은 세련미와 동시에 안정감이 보여낸다. 늦은 나이에 명성을 얻었음에도 에레라는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하드 에지(Hard-Edge) 추상화의 선구자, 에레라는 소더비에서 제목
에레라 작품이 20세기 동안 전시되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그녀가 쿠바 사람이라서, 추상화가라서, 암튼 에레라는 백년 한 세기를 무던히 기다렸다. 그 기다림과 세월은 세상 인식을 바꿨다. 에레라의 미니멀리즘과 추상주의, 시각 예술은 21세기가 도래하고서야 인식되었다. 결국 그녀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에레라는 이젠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바넷 뉴먼(Barnett Newman),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케네스 놀란드(Kenneth Noland), 조셉 알버스 (Josef Albers) 등의 미니멀리스트들과 어깨를 견준다. 그녀는 100세 넘어서 황금기를 누렸다가 106세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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