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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카드’ 꺼내드는 국민의힘…속내는

데일리안 조회수  

권영세 “개헌특위 구성”에…당내 긍정적 기류 흘러

지도체제부터 선거구제, 헌법 84조까지 주제도 다양

개헌 키 쥔 민주당은 침묵…與, 정치개혁 아젠다 선점

일각선 “與 내부 정리해 확실한 개헌안 野에 꺼내야”

왼쪽부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왼쪽부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드러난 정국 위기 상황이 윤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오류로 진단하고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조기 대선만을 바라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동조를 얻어내기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유일한 정치적 개혁 논제인 ‘개헌’ 이슈를 선점해 대여론전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재 폭넓게 다뤄지고 있는 개헌안을 다듬어 야권에 선제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 조만간 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런 제도를 고친 뒤에 대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진작부터 해왔다”며 “40년 된 87년 체제가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바꿔야 더 이상 불행한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권 비대위원장의 개헌 요청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20일 비대위원회의에서 “국회와 시민사회 학계는 그동안 논의되었던 헌법 개정안, 정치개혁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광복 80주년 글로벌 리더 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새로운 재도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일엔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지도자 리스크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나라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며 개헌에 찬성하는 메시지를 냈다.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개헌의 범위도 다양하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이번에는 꼭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꾸고 국회도 일당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양원제로 개헌 정치체제를 교체해야 한다”면서 현 ‘5년 단임 임기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진영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요즘 실천적 고민과 제안을 드리고 있는 게 반드시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선거구제로의 개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이 진영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 국민의힘 3040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는 자체 개헌특위를 꾸리고 헌법 84조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미 진행 중이던 재판에 대해서는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이재명 방지 개헌’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DB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DB

문제는 정작 개헌의 키를 쥔 민주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단 점이다. 윤 대통령 수사·탄핵에 집중해 조기대선 정국을 만들어 정권 교체를 노리겠단 의도로 분석된다. 개헌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를 모르지 않는 눈치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날 개헌 논의를 꺼내면서 “야당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국회의장은 개헌에 적극적인데 야당 의원들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이 시점에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오르고 있는 지지율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비토 여론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을 때, 정치 개혁·쇄신 메시지를 던져 흐름을 이어가겠단 전략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계엄 사태가 아니더라도 5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단 건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심지어 계엄 사태 이전에 개헌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건 민주당 등 야권이다. 지금에 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닫고 있는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터져나온 개헌 주장에 힘을 붙이기 위해선 먼저 어떤 방식의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해 당내의 중지가 먼저 모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헌은 절대 쉬운 얘기가 아니다. 원포인트로 했을 때 필요한 국민 투표에 대한 시점도 잡아야 하고, 선거구제를 바꿀지 지도자 체제를 바꿀지 등을 전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먼저 ‘이런 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할 수 있는 확실한 개헌안을 먼저 꺼낸 뒤, 민주당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가야 국민들에게 확실히 정치개혁에 진심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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