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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트럼프2기 중국 강력 견제…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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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트럼프2기 중국 강력 견제…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청론직설] “트럼프2기 중국 강력 견제…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이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본격화하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이 올랐다. 더 노련하고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들고 되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낼 정책들의 여파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예고한 보편관세 도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다. 권남훈(사진) 산업연구원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무역 질서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대전환으로 인해 당장은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무역 질서의 재편은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할 경우 그 자리를 한국이 차지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중국산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도 경제안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조선 등 주요 산업에 대해 전폭적 지원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론직설] “트럼프2기 중국 강력 견제…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청론직설] “트럼프2기 중국 강력 견제…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산업 정책 측면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의 의미는 무엇인가.

△트럼프 1기에 시작된 미국 산업 정책의 대전환이 두 번째 임기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정책이란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거나 진흥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미국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분업을 통해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산업 정책이 퇴조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등한시한 것에 대한 미국 내 반성의 목소리가 트럼프 1기 이전부터 거세졌다.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며 자유경제 질서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는데, 결과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고 군사적으로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자리·경제안보·첨단기술 측면에서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칠 것이고 이는 전 세계에 도미노처럼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산업적으로 한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데.

△한국 산업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거의 추월당했거나 따라잡혔다. 만약 자유무역 질서가 지속됐다면 중국은 ‘선진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다. 한국 혼자의 힘으로는 중국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웠을 텐데, 다행히 미국의 자유주의 기조가 바뀌었다.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대형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경험을 갖고 있다. 비록 외부적 요인이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경제 체계가 개발도상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는 일이 세계적으로 드문데 한국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 결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제하며 공급망을 재편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중간재와 완성품을 중국에서 조달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나 환경 규제의 장벽이 더 높아질 경우 한국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로 무장한 중국만큼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겠지만 생산 효율화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저부가가치 제품을 담당하다가 최근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하는 산업에서는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산업들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가.

△조선과 배터리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한국이 기반을 잃었을 산업들이다. 조선의 경우 중국이 물량 공세로 컨테이너선 등 저부가 선박뿐 아니라 고부가 선박 시장까지 잠식할 기세였다. 미국이 해군력 유지를 위해 한국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우리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미국 입장에서는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중국에 군함과 같은 전략 선박을 발주할 수 없다. 한국 만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도 비슷한 경우다. 현재는 중국의 공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중국 견제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배터리 대신 한국산을 선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 대량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선진국들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배터리 시장 장악을 그냥 놔둘 수 없다. 미국과 EU가 인플레이션 억제, 환경 규제 등을 명분으로 희소 광물과 부품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일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원료를 의존하지 않고 환경 친화,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최근 배터리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정부가 전략적으로 산업을 선별해 과감하게 지원하는 산업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배터리처럼 미중 갈등 속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과 한국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반도체 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도체는 아직 우리가 중국에 앞서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지원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만 형성되면 전폭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산업 역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우위는 우연이 아니다. 반도체 설계는 미국, 생산설비는 네덜란드, 파운드리는 대만, 메모리는 한국, 이렇게 각자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특화해 고도화한 결과다. 이런 분업 체제에서 미국은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최대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우위를 지키려면 국가적 목표와 전략이 절실하다. 개인적으로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설립 소식에 놀랐다. TSMC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은 불가피했지만 일본이 그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변모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외국기업은커녕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도 특혜라는 시각이 있는데.

△특정 기업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인재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 머물러야 해당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보다 폐쇄적이라고 여겼던 일본도 해외 기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역시 외국 기업이라도 가리지 않고 지원할 만큼 특정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는 당연히 지원해야 할 산업이고 다른 분야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하기 힘든 영역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정 기업 특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의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크다.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아 공포감이 과한 듯하다. 미국의 최우선 표적은 중국이고 그다음이 EU·캐나다·멕시코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로 볼 때 우리는 일본·인도 등과 비슷하다. 중국에 대해 관세를 높이면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도 간접적 영향을 받고 대미 수출 시 직접적인 부담도 커진다. 다만 보편관세가 시행되면 우리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고환율로 인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강달러 현상이 완화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가 초강경 노선만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내부 문제 누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대미 협상에 나설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과도한 정부 개입과 부양책으로 경제의 비효율이 쌓였고 부동산 버블과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가.

△미국의 성장 동력은 개방성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업을 만들고 있다. 자본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해 기업의 순환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산업 정책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경쟁력을 잃은 산업이나 기업들은 과감히 퇴출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할 산업은 적극 밀어줘야 한다. 기존의 이해관계나 규제를 극복하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는 성장률을 높이기 어렵다.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He is…

1969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뒤 2003년 이후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정보통신정책학회 회장, 산업조직학회 회장, 사단법인 경제사회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 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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