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삼국지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슈퍼 IP(지식재산권)중 하나일 것입니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거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삼국지라는 슈퍼 IP를 가장 잘 활용한 게임사가 코에이 테크모입니다.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삼국지 게임 장인의 반열에 올랐죠.
하지만 말그대로 전략성이 강한 삼국지 시리즈는 군대간 전투를 다루고 있어 전장의 디테일한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즉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단기필마의 극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죠.
그런 이유로 삼국지 영웅들과 주요 전투에 집중한 영걸전, 조조전 등의 턴제 게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백만대군을 휩쓸어버리는 카타르시스를 주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 준 게임이 진 삼국무쌍입니다. 진 삼국무쌍은 일기당천 액션, 무쌍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그야말로 삼국지 관련 게임의 한 획을 그었죠.
다만 언제나 그렇듯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며 혹평 역시 커졌습니다. 익숙할 대로 익숙한 삼국지라는 스토리에 그저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는 시스템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죠. 유저들은 사골국에 비유하며 이제 그만 우려먹으라 조롱할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점차 시들해져가고 있던 진 삼국무쌍이 2025년 1월 17일 오리진이라는 부제를 달고 또 한번 출시되었습니다.
시리즈 사상 첫 오리지널 캐릭터
무쌍을 달고 나온 게임은 전국무쌍, 건담무쌍, 무쌍오로치, 젤다무쌍 등 진 삼국무쌍외에도 많습니다. 그만큼 무쌍류는 매력적인 장르로 여겨지기 때문에 많은 파생 상품을 낳은 것이죠. 하지만 그런 만큼 무쌍에 대한 피로도는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진 삼국무쌍: 오리진(이하 진삼 오리진)은 무쌍류의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그 가운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삼 오리진은 무쌍류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헤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진삼 오리진은 시리즈 최초로 오리지널 캐릭터가 주인공입니다. 즉 삼국지에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가 역사 속 캐릭터와 사건에 개입하며 색다른 재미를 주게 되는 것이죠. 사실 삼국지가 너무도 많이 쓰인 IP이기 때문에 삼국지 속 인물을 여성화시키거나 장수와 상황만을 따와서 완전히 다른 삼국지로 재가공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스토리의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죠.
진삼 오리진의 오리지널 캐릭터 역시 이런 이유로 인한 변화입니다. 삼국지의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스토리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오리지널 캐릭터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더할 수 있습니다. 진삼 오리진 역시 기억을 잃은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스토리가 가미되어 색다른 재미를 주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다만 오리지널 스토리가 딱히 흥미롭지는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삼국지 속 인물들과 전투를 이어가며 진실을 파헤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인 것도 문제이지만 이 전형적인 이야기마저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비장하기만 한 전형적인 일본식 이야기 구성은 입체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죠.
그렇다 보니 이미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삼국지 영웅들에 비해 주인공 캐릭터의 존재감과 매력이 볼품없을 정도로 떨어집니다. 외형마저 평범한대 캐릭터 서사마저 허약하다 보니 주인공에 애정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훌륭한 전투
진삼 오리진의 전장은 지금껏 이어왔던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전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아군과 적군의 진형이 있고 소위 땅따먹기 식으로 각각의 중요 거점을 점령해 나가며 세력 싸움에서 이겨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측 대장 장수나 중요 인물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야 하죠.
여전히 같은 방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진삼 오리진은 역대급으로 꼽힐 만큼 전투가 재미있습니다. 다른 단점을 덮을 만큼 훌륭하죠.
이처럼 전투를 빛나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밸런스와 구성입니다.
진삼 오리진의 전투 밸런스는 상당히 우수합니다.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 했음에도 다소 어려움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유저들은 무쌍류인지 소울류인지 모르겠다는 평도 나오고 있죠. 물론 그렇다고 소울류만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수십, 수백의 적을 쓸어버리는 쾌감은 그대로이지만 보스 특히 각 챕터의 최종보스의 경우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따라서 적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는 맛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적절하게 어렵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고 몰입감 있게 전투를 경험할 수 있죠.
훌륭한 전투 밸런스는 전장의 짜임새 있는 구성이 더해지며 더 재미있는 전투를 만들어 냈습니다.
유저는 각 거점을 빠르고 전략적으로 점령하지 않으면 절대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주요 장수들의 현재 상황 역시 끊임없이 체크해야 합니다. 모든 전장을 누비며 그야말로 일기당천의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트릭의 존재도 전투를 다채롭게 합니다. 그림자 병사를 없애기 위해 향로를 부숴야 한다던가 거대한 회오리를 해제 시켜야 하는 등 여러가지 트릭이 존재합니다. 물론 트릭의 해결 방법이 매우 단순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계속 전투만 이어질 때 오는 지루함을 다소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수작
진삼 오리진은 적벽대전에서 끝이 납니다. 삼국이라는 타이틀이 달려있지만 실제로는 삼국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기전에 끝이 나는 것이죠. 아마도 DLC를 통해 이어질 삼국지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본편의 밸런스와 구성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정도로 제대로 우려낼 수 있다면 다시한번 우려내도 기꺼이 맛있게 먹을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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