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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우주 SF’는 정말 어렵나…’별들에게 물어봐’가 남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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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우주정거장을 책임지는 지휘관 이브 킴을 연기하는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tvN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우주정거장을 책임지는 지휘관 이브 킴을 연기하는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tvN

한국 최초 우주 배경의 SF 드라마인 ‘별들에게 물어봐’가 방송 전의 기대와 달리 1~2%대의 낮은 시청률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한 관람 형태가 확대되면서 시청률이 작품의 성패를 판단하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지만 ‘별들에게 물어봐’는 20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집계에서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티빙 순위에서도 ‘옥씨부인전’에 밀려 2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4일 tvN 토일드라마로 첫 방송한 ‘별들에게 물어봐'(연출 박신우)는 1년간 우주정거장을 책임지는 원정대장 이브 킴(공효진)과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700억원을 내고 우주관광객 자격으로 방문한 산부인과 의사 공룡(이민호)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방송 전 서숙향 작가와 공효진이 함께 해 성공을 거둔 MBC 드라마 ‘파스타’와 SBS ‘질투의 화신’를 잇는 세 번째 만남, 이민호와의 로맨스, 제작 기간 5년에 5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규모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베일을 벗은 이후로는 시청자의 반응이 싸늘하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시청률이 1.8%(닐슨코리아·전국 기준)까지 하락했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주인공들이 왜 우주로 나갔는지, 드라마의 근원적인 설정 자체로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 및 우주정거장을 구현한 특수시각효과나 배우들이 와이어를 매달고 표현한 무중력 상태의 묘사는 볼거리가 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한국 최초 우주 배경 드라마라는 과감한 시도와는 달리 ‘우주정거장에서 시도하는 인공 수정’에 집중하고 그 목적이 재벌가 며느리의 2세 임신을 위해서라는 진부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인공수정의 이야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우주 배경의 SF 장르는 한국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불모지’와 같았다. 하지만 최근 6~7년 사이 우주 배경의 한국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돼 공개됐다. 극장 개봉 영화로 제작됐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부터 2부작 시리즈로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김용화 감독이 ‘신과함께’의 성공 이후 내놓은 ‘더 문’ 등이다. 정우성과 공유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도 있다. 하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하거나 의미있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기술력의 탁월한 발전에도 ‘한국에서 우주 SF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공고해진 가운데 새롭게 출발한 ‘별들에게 물어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 정거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사진제공=tvN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 정거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사진제공=tvN

● ‘별들에게 물어봐’가 우주를 다루는 방식

‘별들에게 물어봐’의 주인공 공룡은 재벌 회장(김응수)으로부터 700억원의 스폰을 받고 우주정거장으로 향한다. 회장은 아들이 갑자기 죽자 난임 문제를 해결하고 며느리에게 대를 잇게 하려면 우주에서 난자와 정자를 인공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은 아들이 생전 남긴 정자가 찌그러져 있어 지구에선 인공수정이 불가능한 탓이다. 이에 며느리와 그 주치의인 공룡의 동의하고, 아이스크림 속에 몰래 난자를 숨겨 우주정거장까지 간다.  

드라마는 까다로운 미션을 비밀리에 수행하는 공룡과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사람들을 주로 다룬다. 극 초반에는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과정부터 지구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함께 올라온 초파리의 정체, 그리고 쥐를 이용한 실험, 우주선의 찢어진 날개를 수리하다가 광활한 우주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을 다뤄 시선을 끌었다. 고요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부터 손을 쓸틈 없이 순식간에 죽음으로 치닿는 우주의 양면성을 입체적으로도 포착한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19일까지 총 6회 분량이 공개된 ‘별들에게 물어봐’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초파리, 쥐와 같은 실험체 그리고 인공 수정을 위해 확보된 난자와 정자다. 이브는 초파리 2마리가 지구에서부터 바나나 위에 앉아 우주까지 온 사실에 감탄하면서 그들의 교미를 숨죽여 지켜본다. 실험체인 쥐가 폭동을 일으켜 상처를 입자 공룡은 긴급 수술을 하고 그 사실은 ‘우주정거장 최초의 외과수술’로 포장돼 대대적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시청자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제작진이 내세운 ‘우주 배경 로맨스’를 향해 가진 시청자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미지의 공간인 우주를 체험하는 느낌보다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 그중에서도 난자와 정자를 인공수정해 무사히 지구로 가져가야 하는 임무가 지나치게 중요하게 그려지면서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우주정거장에서의 인공수정, 이를 비밀리에 시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분명 한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재이지만 문제는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우주라는 최첨단 기술이 있는 공간 안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재벌가의 대를 잇는 이야기로 괴리감이 있다”며 “이미 대중은 우주선 내부의 무중력 상태에 대해 여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많이 접했다. 게다가 한국은 우주인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저 공간에 뭐가 있을까’라는 흥미와 우주의 지식에 대해 입체적으로 알려줘야 하는데도 ‘별들에게 물어봐’는 순간순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지로는 우주를 잘 구현했고 제작진이 섬세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느껴지지만 메시지나 스토리가 지닌 문제, 너무 익숙한 느낌으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전쟁 등을 다루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를 만족할 만한 수준의 스펙터클도 선사하지 않는다. “무중력은 축복이자 저주”라는 극중 강강수(오정세)의 대사에서 드러나듯 ‘모두가 평등해지는’ 무중력 상태를 강조하지만 지구 관제센터와의 지속된 연결고리, 대를 이으려는 재벌의 고집이 충돌하면서 우주 자체보다 지구에서 시작하는 서사와 갈등으로 산만한 인상을 준다.  

우주 배경의 한국영화들. 송중기가 주연한 '승리호(왼쪽)과 도경수의 '더 문'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CJ ENM
우주 배경의 한국영화들. 송중기가 주연한 ‘승리호(왼쪽)과 도경수의 ‘더 문’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CJ ENM

● SF 불모지인 한국 영화와 드라마, 그간의 기록은 

‘별들에게 물어봐’ 이전 2020년대부터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됐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승리호’와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개봉한 ‘외계+인’ 시리즈, 2023년 영화 ‘더 문’ 등은 높은 제작비를 투입하고 스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 문’은 51만명, ‘외계+인’은 1, 2부에서 각각 154만명, 14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넷플릭스 공개로 부담을 덜은 ‘승리호’는 공개 직후 한국을 포함해 28개국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순위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이들 영화는 컴퓨터그래픽과 특수시각효과로 우주의 세계와 우주선 등의 표현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늘 비교됐지만 시각효과에서만큼은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장르와 소재의 부조화로 인해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데 있다.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망가진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 우주선 선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우주를 배경 삼아 익숙하게 봐 왔던 부성애를 녹인 가족 드라마를 결합하고, 강력한 신파의 요소가 맞닿으면서 장르의 재미나 특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 문’ 역시 ‘승리호’처럼 이야기와 소재가 우주 SF 장르와 적절하게 결합하지 않고 분리되면서 관객들의 마음에 착륙하지 못했다. 영화는 달 탐사선 우리호를 타고 출발한 대원(도경수)이 태양 흑점 폭발로 달에 고립된 이후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사투를 그렸다. 달을 묘사한 시각효과,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고립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지만 부성애 코드를 과도하게 넣은 진부한 이야기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 SF는 미성공 분야이자 앞으로 계속 도전이 필요한 장르”라면서 “SF 장르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이 ‘스타워즈’ 시리즈인데, 그 마저도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10년대를 거치면서 문학 쪽에서는 SF의 장치를 활용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는데 결국 ‘그렇듯함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우주지만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느낌의 리얼리티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덕에 우주와 우리가 무관한 것이 아닌 가까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우주 배경의 SF 영화 ‘미키 17’의 흥행도 지켜봐야 한다. 그 결과가 앞으로의 SF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단했다. 

2월 28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은 2022년 출간된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를 원작으로 한 우주 배경의 SF 영화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2월 28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은 2022년 출간된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를 원작으로 한 우주 배경의 SF 영화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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